경찰이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56)를 “과거 수사본부에서 조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씨가 경찰 수사망에서 벗어나는 데 모방 사건인 8차 범행 범인과 신발 사이즈가 다른 점이 작용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당시 탐문 수사 시 참고자료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이씨를 조사하고도 놓쳤다는 본보 보도(21일자 4면)에 대해 공식 인정한 것이다. 본보가 입수한 경찰 문건에 따르면 이씨는 1986년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구성된 이후 87년, 88~90년, 91년 세 차례 강간 및 실종사건 용의자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씨는 8차 사건 당시 유력 용의자 중 하나였으나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DNA와 이씨 체모에서 나온 DNA가 일치하지 않아 수사망을 벗어났다. 뒤늦게 잡힌 진범 윤모(당시 22세)씨와 신발 사이즈가 다르다는 점도 당시 기록에 적혀 있다.
다만 경찰은 이씨가 문건대로 세 차례 수사 대상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몇 차례 수사선상에 올랐는지, 어느 수준으로 조사를 받았는지에 대해서 “정리를 한 다음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5ㆍ7ㆍ9차 사건 증거물에서 이씨 DNA를 확인한 상태다.
이씨가 과거에도 수사선상에 올랐는지는 당시 수사본부에 참여했었던 전직 경찰 관계자 사이에서도 입장이 분분했던 사안이다. 당시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으로 수사에 참여했던 하승균 전 총경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씨가 당시 경찰 용의선상에 없었던 인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수사본부가 용의자 혈액형을 B형으로 특정하면서 O형인 이씨가 수사망을 빠져나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화성연쇄살인이나 이춘재의 처제 살인을 수사했던 경찰 ‘OB’들의 증언이 쏟아지며 초동 수사의 적절성에 대해 여러 말이 오가는 것에 대해 현 수사본부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새로 꾸린 수사본부에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전직 경찰 중 누구를 참여시킬지도 고민거리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과거 수사에 참여했던 분들도 언론에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자문단에 포함시키면 그런 이야기가 수사본부 공식 멘트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며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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