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율 조정 여부 검토”
지난 5월 국내에 출시된 쥴, 릴 베이퍼 등 액상형 전자담배(CSV)와 일반 궐련담배 사이의 과세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세율 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액상담배는 액상 니코틴 1㎖당 궐련 12.5개비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데 CSV 출시를 계기로 이 기준을 다시 조정할지가 관건이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쥴 등 CSV에 들어가는 팟(Pod) 1개에 붙는 세금은 니코틴 함량 0.7㎖ 기준 1,261원(부가가치세 제외)으로 궐련(2,914.4원)의 43.2% 수준이다. 2017년 국내에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2,595.4원)과 비교해도 절반에 못 미쳐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담배들 사이에 과세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 CSV 간 세율 부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담배 판매량을 산정할 때 궐련 1갑과 액상 카트리지 1팟을 동일하게 취급한다. 그러나 세금을 매길 때는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1갑(20개비)이 기준인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량 1㎖당 궐련 12.5개비 수준으로 환산한다. 시판중인 CSV의 경우 1팟당 니코틴 함량이 0.7㎖이기 때문에 더 낮은 세금이 매겨지는 것이다.
정부는 2011년 충전식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을 산정할 때 흡연량(담배 연기를 삼키고 내뿜는 횟수)를 기준으로 니코틴 1㎖당 12.5개비라는 기준을 정했다. 그러나 최근 CSV가 출시되면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흡연량에 비해 세율이 낮다는 지적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양순필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담배 판매량을 산정할 때는 궐련 1갑과 액상 카트리지 1팟을 동일하게 계산하고 있지만 흡연량을 기준으로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우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세율 조정을 위해서는 연구용역에서 액상담배의 세율이 낮다는 근거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재부는 12월 중 연구용역이 끝나면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세율 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담배에 대한 각종 과세가 행안부 소관인 담배소비세를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 궐련담배의 세율은 조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현재 궐련담배의 90% 수준인 궐련형 전자담배 세율은 중장기적으로 조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연구용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문제도 함께 검토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중증 폐 질환 의심 사례가 보고되고, 월마트 등 일부 유통점에서는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공식 권고했다. 양 과장은 “미국에서의 판매 금지 등 해외 사례에 대해서도 연구용역을 통해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유해성 문제도 분석을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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