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의향 없다” 거듭 밝히면서도 여지 남겨… 특유의 ‘밀당’ 화법인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거듭 밝히면서도 회동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언급을 남겼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두 곳에 대한 드론(무인기)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과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밀고 당기기’ 화법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dpa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총회 기간 중 미ㆍ이란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것도 테이블 위에서 완전히 치워진 건 아니지만, 난 이란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것이 그런 것(이란과의 회동)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난 매우 유연한(flexible) 사람”이라고 여지를 뒀다. 로하니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지는 않은 것이다.
물론 현재로선 미ㆍ이란 정상회담이 성사될 확률이 매우 낮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우리는 (이란 대통령을 만날) 의향이 없고, 그것(회동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많은 정상을 만날 예정이고, 15건 정도의 미팅을 갖지만 이란은 그중 하나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해 왔으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미ㆍ이란 정상의 회동)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부터 “난 (이란 대통령과 만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로하니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하다가,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 사건 이후 이러한 태도에서 한발 물러섰다. 문제의 사건에 대해 예멘 후티 반군이 공격 주체임을 자처하고 이란도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이란이 공격 배후 또는 공격 주체라고 확신하고 있는 상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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