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연기 퍼지며 인근 동남아 국가들 대기질 최악
22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시 하늘. 우기라 비가 한 차례 시원하게 내리고 나면 파랗게 개는 하늘이지만, 멀리서 날아온 연무 탓에 요즘 파란 하늘 보기가 쉽지 않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인도네시아 열대림 이탄지 화재에 따른 피해는 인도네시아에만 그치지 않는다. 연기가 바람을 타고 퍼지면서 인접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물론, 남중국해 건너 태국, 베트남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다.

22일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Visual)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베트남 남부 호찌민시의 대기오염지수(US AQI)는 173을 기록했다. 호찌민시에서 인도네시아 본토와 보르네오섬은 1,000㎞ 이상 떨어져 있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98.3㎍/㎥로, 국제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25㎍/㎥) 4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우기에 좀처럼 보기 어려운 대기 오염도다. 매캐한 냄새도 맡을 수 있는데,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여는 아침에 확연하다.

호찌민이 고향인 용(35)씨는 “하루에 한두 번씩 비가 내리면서 하늘을 씻어도 하루 종일 매캐하다”며 “1주일 가까이 뿌연 하늘이 이어지고 있다. 어머니를 비롯해 눈이 따갑다고 호소하는 이웃 어른들이 많다”고 전했다.

역대급 연무 사태로 기록된 2015년 이후 주변국들의 강력한 항의로 2016년에는 베트남에는 연무가 관찰되지 않다, 올해 호찌민시 이남 남부 지역에서 광범하게 목격되고 있다.

22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하늘. 독자 제공

연기 발원지에서 베트남보다 가까운 싱가포르도 지난 주말 사흘짜리 포뮬러 1(F1) 자동차 경주대회를 앞두고 홍역을 치렀다. 1억달러를 들여 대회를 진행하는 주최 측은 경기 관람객들을 위한 마스크까지 구비해야 했다. 대회 관계자는 “싱가포르 대기 오염도는 일 단위가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F1 대회를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통해 10억달러의 수익을 올리는데, 싱가포르 당국은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실시간 대기 오염 농도를 전했다.

22일 오전 현재 동남아 대기 오염도 현황. 대기가 오염된 곳들이 붉게 표시돼 있다.

베트남 남부 지역보다 더 북쪽인 태국도 인도네시아발 연기 영향권에 있다. 태국 오염통제국(PCD)은 지난 19일부터 남부 7개 주에 대기 오염 경보를 내려 놓고 있다. 최악의 대기질을 기록하고 있는 남부 핫야이 지역에서는 이달 초부터 폐 기능 이상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주 400여개의 초중고에 휴교령을 내린 말레이시아도 점차 휴교 학교 수가 늘고 있다. 대학교에 대해서는 총장 재량에 맡겨 놓고 있지만, 학생들은 매일 아침 당일 휴교 여부를 확인하느라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기 중 미세먼지를 씻어내기 위해 인공강우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다시피 하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거주 한 소식통은 “한국 미세먼지 심할 때보다 더 심하다. 창문을 며칠째 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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