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들 “영웅심리 작용… 끝까지 부인해 완전범죄 꿈꿨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과거 경기 화성군 태안읍 태안파출소 3층에 차려진 수사본부. 한국일보 자료사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가 세 차례의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DNA 일치’란 증거를 외면하면서도 경찰 면담 요구엔 응한다. 만약 범인이 아니라면 조사를 거부하거나, 진범이어도 공소시효가 끝나 강제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씨의 모순된 태도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중요미제사건전담팀은 지난 18일과 19일에 이어 21일 전담 형사와 프로파일러 등을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로 보냈다. 이씨는 “나와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진술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의 DNA가 5ㆍ7ㆍ9차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점을 근거로 화성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특정했다. DNA는 과학수사 증거 중 신뢰도가 가장 높다. 사람의 DNA는 서로 다르고, 죽는 날까지 변하지 않아 DNA 신원확인 기법의 신뢰도는 ‘99.99%’로 표현된다.

그러나 화성연쇄살인사건 공소시효는 이미 완성돼 강제 수사가 불가능하다. 재판으로 유ㆍ무죄를 다툴 수도 없어 경찰 조사는 수사라기보다 ‘진실 규명’에 가깝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범행을 부인하면서도 조사에 응하는 이씨의 태도를 호기심과 영웅심리로 분석한다. 용의자 입장에선 자신의 범죄가 어떻게 수사되고 있는지 관심을 두기 마련인데, 이씨에게도 이런 호기심이 작동했을 거란 이야기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 이야기가 터무니없거나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여겼으면 아예 만나지도 않을 것”이라며 "어떤 근거를 가졌는지 궁금하기에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30여년간 사건을 완벽하게 처리했다 생각했을 텐데 대체 어떻게 경찰이 찾아냈는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을 만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백 없이는 사건의 실마리가 안 풀릴 것이란 점을 알고 있는 이씨가 ‘범죄의 ‘완전성’을 위해 조사에 응한다는 시각도 있다. 염 교수는 “증거물이 확보됐다고 경찰이 말했을 텐데, 수사에 응하지 않으면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어 오히려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씨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무기징역을 받고 1995년부터 수감 중이다. 사실상 최고 형량에 가석방은 어려워져 더 나빠질 게 없는 상황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입을 열 이유가 없어 탄탄하게 버티는 것 같아도 아킬레스 건이 있을 것”이라며 “심리적 자극으로 마음을 움직일 시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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