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진안동 주민들도 술렁
화성연쇄살인사건 최초 발생 33년 만에 유력한 용의자가 특정되면서 경기 화성시 일대가 또 한 차례 들썩이고 있다. 유력 용의자 이춘재(56) 본적지인 경기 화성시 진안동 일대는 충격에 휩싸인 듯했다. 경찰의 DNA 분석 결과에서 이씨가 이 주변서 최소한 살인 3건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화성 시내에서 어렵게 만난 이씨의 어머니 A(75)씨는 충격이 더욱 심했다. 부상으로 입원 중인 A씨는 20일 본보 기자에 “걔(이씨)는 진짜 착한 애였어. 나는 믿어지지도 않아. 꿈결인지 잠결인지도 지금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만난 김씨의 간병인은 “다른 아들이 손주, 손녀를 데리고 병문안을 자주 오는 편”이라며 “이씨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은 없고, 지금 예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언론 취재에 부담을 느낀 A씨는 21일 병원을 옮긴 후 취재진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이씨가 살았던 진안동 지역 주민들도 한결같이 “믿기지 않는다”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진안동 소재 한 노인정에서 만난 B(80)씨는 이씨에 대해 묻자 “같은 동네에서 살아서 얼굴이 기억이 난다”며 “이씨 엄마를 잘 안다”고 말했다. B씨는 “이씨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참 좋은 사람이고 다른 가족들도 아주 착한 사람들인데, 이씨가 소문으로만 듣던 그 사건 용의자라니”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다른 진안동 주민들도 별안간 불거진 이씨 관련 뉴스에 관심을 보이면서 불안해 했다. 상점마다 뉴스 채널을 틀어놓고 화성연쇄살인 관련 소식을 보며 혀를 차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진안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당시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뉴스를 보니 용의자가 이 지역 사람이라고 하던데, 동네가 또 한차례 시끄러워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과거 대부분 논밭이던 사건 현장이 아파트와 주택가로 변했다면서 과거 기억을 반추해 가며 사건 현장을 설명했다. 이씨 가족 집터는 주택가와 레미콘 공장 사이에 위치한 공터로 변해 원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이씨는 진안동에서 태어나 인근에서 학교를 다녔고, 군 복무를 마친 후에도 자택서 약 4㎞ 떨어진 화성시 안녕동 소재 전기 설비 공장에서 근무했다고 알려졌다. 이씨 DNA가 확인되지 않은 사건 중 1차(86년 9월 15일)와 3차(86년 12월 12일) 사건은 공장 인근에서, 2차(86년 10월 20일)와 6차(87년 5월 2일) 사건은 이씨 본적지 인근서 발생했다.
수원=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화성=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화성=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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