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연속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한 LA 다저스가 포스트시즌 1선발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하게 1선발 임무를 팀의 상징과도 같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31)에게 맡겼을 테지만 지난 시즌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지난해 9월 한달 간 커쇼(평균자책점 3.89)보다 좋은 투구를 했던 류현진(평균자책점 1.50)을 포스트시즌 1선발로 낙점했다.
올해도 9월에 주춤한 커쇼는 사실상 1선발 후보에서 밀려났다. 21일 콜로라도전에서 타선의 도움을 받아 시즌 15승(5패)을 챙겼지만 6이닝 동안 홈런 3개 포함 8개의 안타를 맞고 4실점했다. 이달 성적은 2승1패 평균자책점 4.96(16.1이닝 9실점) 피안타율 0.288에 달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1회에만 홈런 10개를 허용하는 등 평균자책점 6.00으로 출발부터 불안했다. 커쇼는 최근 부진에 대해 “특별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나도 잘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2008년 빅리그에 데뷔한 커쇼의 정규시즌 성적은 ‘지구 최강의 투수’라는 찬사를 받을 만 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3회(2011ㆍ2013ㆍ2014), 최우수선수 1회(2014), 다승 1위 3회(2011ㆍ2014ㆍ2017), 평균자책점 1위 5회(2011~14ㆍ2017), 탈삼진 1위 3회(2011ㆍ2013ㆍ2015) 등을 차지했다. 통산 성적은 168승74패 평균자책점 2.45다. 168승은 다저스의 전설 샌디 쿠팩스(165승)의 기록을 넘어선 구단 역대 좌완 최다승이다.
정규시즌에서 커쇼는 ‘언터처블’이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길인 포스트시즌에서 평범한 투수로 전락한다. 그래서 불명예스러운 ‘가을 커쇼’라는 별명도 따라붙었다. 커쇼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9승10패 평균자책점 4.32로, 정규시즌에 비춰볼 때 초라하다. 팀이 패하면 시리즈에서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경기에선 5차례 나가 1승4패 평균자책점 6.06으로 더욱 부진했다. 다저스가 최근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머무를 때도 커쇼는 5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장기 집권을 하고도 커쇼가 태어난 해인 198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 갈증에 시달리고 있는 다저스가 결국 믿을 구석은 커쇼-류현진-워커 뷸러로 이어지는 선발진이다. 이달 들어 커쇼 뿐만 아니라 뷸러도 페이스가 떨어진 모습이지만 로버츠 감독은 “우리 선발 투수들의 몸 상태나 구위는 문제 없다”며 “모두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고, 중요성을 잘 안다”고 신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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