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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용의자 이춘재의 폭력성…‘과도한 구타습관’ ‘부모도 못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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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용의자 이춘재의 폭력성…‘과도한 구타습관’ ‘부모도 못 말려’

입력
2019.09.22 14:09
수정
2019.09.22 17:44
0 0
화성연쇄살인범 몽타쥬/2019-09-18(한국일보)
화성연쇄살인범 몽타쥬/2019-09-18(한국일보)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1급 모범수로 알려진 것과 달리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등 상습폭행을 일삼아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처제를 성폭행 살인 후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이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 판결문에도 ‘과도한 구타습관’, ‘부모조차 말릴 수 없을 정도’ 등 그의 폭력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22일 이씨의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는 내성적이나 한번 화가 나면 피고인의 부모도 말리지 못할 정도의 성격 소유자다. 특히 아들에 대해서도 방안에 가두고 마구 때려 멍들게 하기도 하는 등 학대도 했다.

아내에 대한 폭행은 가족이 있는 자리에서도 서슴없이 이뤄졌다.

1993년 6월 중순 이씨는 아내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아내의 동서가 보는 앞에서 손과 발로 무차별하게 구타했다고 판결문에 기록돼 있다.

특히 아내가 같은 해 12월 중순 가출했다가 귀가한 뒤 말을 듣지 않는다며 얼굴과 아랫배 등을 때리는가 하면 또다시 가출하자 “내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 1994년 1월 아내의 동서와 통화하면서 “내가 아내와 이혼하겠지만 쉽게 하지 않을 것이며 재혼하지 못하게 문신을 새길 것”이라고 하는 등 폭행과 폭언을 일삼아 왔다.

이에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 “피고인의 평소 성격, 피고인이 과도한 구타습관 내지 아들에 대한 애정결핍, 특히 범행(처제 성폭행 살인 등) 20여 일 전 처와 통화하면서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 등의 이야기를 한 점 등에 비춰 아내가 가출 후 돌아오지 않는 극도의 증오감을 가졌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었다.

[저작권 한국일보]화성 연쇄살인사건 발생위치-박구원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화성 연쇄살인사건 발생위치-박구원기자

1심에서 내린 ‘사형선고’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폭행과 폭언, 급기야 살인까지 저질로 놓고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려는 정황도 나왔다.

파기 환송심 판결문에는 “피고는 (면회를 온 어머니에게) 범인이 아니라든가, 억울하게 구속됐다는 등의 말은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집 살림살이 중 태울 수 있는 것은 장판까지 모두 태워버리라고 부탁했다”고 적혀있다.

이와 관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가 1급 모범수가 된 이유는) 그의 자극은 10대 또는 나이 많은 저항능력이 없는 여성들에게서만 나타나며 여성에게만 포악한 습성을 드러내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교도소 안에서는 자기보다 큰 체격의 남자 수용자들 밖에 없기 때문에 그 폭력성을 드러낼 수 없는,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만약 바깥(출소)으로 나오게 되면 상당부분 문제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출소할 경우 추가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이씨는 1994년 1월 13일 처제를 성폭행 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2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씨가 처제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성폭행하려 했다가 처제가 갑자기 되돌아간다는 말에 성폭행을 했고, 이후 알려질 것이 두려워 범행한 만큼 계획적이지 않았다고 판단, 1·2심을 파기해 되돌려 보냈다. 이후 이씨는 파기 환송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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