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전설 박세리(왼쪽)와 줄리 잉스터가 21일 강원도 양양 설해원에서 열린 ‘설해원-셀리턴 레전드 매치’ 첫날 포섬매치 1번홀 티샷 후 어깨동무를 하며 이동하고 있다. 양양=뉴스1

한국 골프 레전드 박세리(42)는 21일 강원 양양군 설해원에서 열린 설해원ㆍ셀리턴 레전드매치 첫날 포섬매치에서 첫 홀부터 미스샷을 내고 멋쩍게 웃었다. 2016년 은퇴 후 처음으로 나선 경기였는데, 첫 홀 드라이버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벗어나 풀숲에 떨어져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약 2,000명의 갤러리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박세리를 격려했고, 그는 7번과 8번홀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응원에 화답했다.

이날 렉시 톰슨(24ㆍ미국)과 짝을 이뤄 포섬매치를 치른 박세리는 9언더파를 기록 4개조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부담이 컸던 현역 때와 달리 많이 웃으면서 경기를 했고, 마냥 좋기만 했던 18홀이었다”고 이날 경기를 되짚었다. 1번홀 실수 상황 느낌을 묻자 “마음은 설렜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며 “이럴 거면 연습은 왜 했나 싶다”며 되레 웃었다.

박세리(오른쪽)가 21일 강원도 양양 설해원에서 열린 ‘설해원-셀리턴 레전드 매치’ 첫날 포섬매치에서 1번홀에서 티샷 후 타구를 찾고 있다. 양양=뉴스1

이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가 박세리와 같은 즐거운 마음이었다. 박세리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를 함께 누볐던 줄리 잉스터(59ㆍ미국), 아니카 소렌스탐(49ㆍ스웨덴), 로레나 오초아(38ㆍ멕시코)등 레전드 선수들은 물론, 현역 LPGA 톱 랭커들인 박성현(26ㆍ솔레어), 이민지(23ㆍ호주) 아리야 쭈타누깐(24ㆍ태국) 톰슨까지 모두 성적에 대한 부담을 털고 ‘명랑골프’로 갤러리와 호흡했다.

11번홀에선 박성현과 한 조를 이룬 소렌스탐이 이날 생일을 맞은 박성현을 위해 생일축하 노래를 선창했다. 이내 티박스를 둘러싼 갤러리들이 합창했다. 박성현은 “생일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인데, (자신이 살아온)26년 가운데 최고의 생일이었다”며 “앞으로 내 골프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좋은 하루가 됐다“고 했다. 둘은 이날 2오버파를 합작해 우승을 거뒀다.

로레나 오초아(가운데)가 21일 강원 양양군 설해원에서 열린 설해원 셀리턴 레전드매치 첫날 포섬매치에서 자신이 공에 맞은 갤러리를 찾아와 사과하고 있다. 양양=김형준 기자

한국에서 즐거운 골프를 함께 즐긴 오초아는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쭈타누깐과 한 조를 이뤄 끝까지 우승경쟁을 했다. 대회 중간 샷을 한 직후 앞으로 빠르게 걸어나가는 등 현역 시절의 습관을 보이며 갤러리를 미소 짓게 했다. 잉스터 또한 환갑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안정적인 샷 감각을 선보였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몸도 늙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고, 은퇴 후 가족과 지내며 스윙이 달라진 건 맞다”라면서도 “하지만 골프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며, 오늘 너무 행복한 경기를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이벤트 매치라지만 갤러리 안전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점은 아쉽다. 실제 첫날 9번홀에서 오초아의 티샷이 한 여성 갤러리 옆구리에 맞았다. 갤러리는 자리에 주저앉았고, 동반했던 초등학생 딸이 크게 놀랐다. 타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 지점에 마샬(진행요원)이 부족한 상황에 갤러리의 부주의까지 겹쳐 벌어진 일이다. 오초아는 뒤늦게 부상자를 찾아와 “정말 미안하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이튿날 현역 선수들의 스킨스게임(각 홀마다 승자가 상금을 가져가는 형태)은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강우와 강풍이 거세진 탓에 10번홀에서 끝났다. 주최측은 “스킨스게임에 걸린 상금 1억원은 전액 강원도 산불피해 이재민에 전달된다”고 전했다.

양양=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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