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증과 졸업증명서 확인, 정치인 등 외부인 참가 금지.’
지난달 28일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개최한 서울대 총학생회가 집회 안내사항에 유독 강조했던 대목이다. ‘학벌’로 집회 참가자를 사전에 제한하는 과도한 조치란 비판에도 ‘정치색’이 덧씌워지는 것을 경계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규탄하며 지난달 말부터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수 차례 열린 촛불집회 주최 측은 집회의 순수성에 특히 공을 들였다.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대학 세 곳이 처음으로 같은 날 촛불을 들었던 지난 19일 풍경은 사뭇 달랐다. 서울대와 고려대의 4차 집회 주최 측은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서울대 집회에는 중ㆍ장년층 시민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는 발언자들도 졸업생 일색이었다.
조 장관 사퇴 촉구 첫 촛불집회가 열린 연세대는 학생증과 졸업증명서를 확인했는데도 참가자 대부분이 중ㆍ장년층이었다. 사회자는 공개 발언할 재학생이 나서지 않자 무대에 올리기 위해 애를 먹었다.
집회 주최 측은 한 목소리로 “특정 세력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집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돌출 발언이나 구호를 막기 위해 진땀을 뺐다. 서울대 집회 도중 일부 참가자는 “문재인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연세대 집회에서는 자신을 졸업생이라 밝힌 한 참가자가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언급하며 “대한민국 최고 유튜버가 이곳에 와있는데 신촌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맥주파티를 하고 있다”는 엉뚱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SKY 대학의 동시 촛불집회는 총학생회가 발을 빼며 동력을 잃어가던 상황에서 개별 학생들이 힘을 모아 되살렸다. 정치 집단이 전면에 나선 집회가 아니었고, 꼭 대학생만 촛불을 들라는 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의 공간이 대학인 데다 집회를 주도한 게 대학생이라 외부에는 당연히 ‘조국 사태’에 분노한 대학생들의 여론으로 비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대학 촛불집회를 이리저리 포장해 내세우고 있다.
대학생들의 촛불집회 참가가 적은 이유를 단정하긴 어렵다. 애초에 정치색을 배제할 수 없는 집회이기에, 아니면 ‘조국 사태’에 대한 분노의 정도가 개인별로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생이 주연에서 밀려난 집회를 ‘대학 집회’라 불러도 되는 것인지는 씁쓸하다. 다음에는 학교 밖에서 대학 연대 집회가 열릴 예정이란 얘기가 나오지만 같은 양상이 반복된다면 청년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기회는 앞으로도 없을 게 분명하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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