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 의혹 사실 여부, 워싱턴 사람들 알길 바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차기 대선 후보군 가운데 자신의 유력한 경쟁 상대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라는 압력을 넣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에 대해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다고 한 ‘의혹’이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2016년 초 우크라이나 측에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헌터가 관여하던 현지 에너지 회사의 소유주를 수사 대상에 올려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한 의혹 사실 여부를 떠나 당시 검찰총장은 결국 해임됐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의 개인 변호인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해야 한다”며 거듭 바이든 전 부통령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에 관한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워싱턴 사람들도 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재벌의 부패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공공연히 제기했으며, 변호인인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실제로 우크라이나 측에 이 문제를 조사해줄 것을 로비해왔다는 것이다. 실제 줄리아니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헌터에 대한 조사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보도가 나오자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반발했다. 성명을 낸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런 보도가 사실이라면 기꺼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고 우리나라를 비굴하게 만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에는 바닥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행동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외교 정책을 이용하고 국가 안보를 약화했다는 점에서 특히 혐오스럽다”며 강경한 어조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미 의회 하원 정보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하원 상임위원장들은 백악관과 국무부에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 공개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보도 내용을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 이날 WSJ의 최초 보도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많은 지도자와 대화를 나눈다. 그것은 언제나 적절하다”고 했다. 문제를 제기한 인물을 가리켜 “당파적 내부 고발자”라고 비난하면서도 그는 고발 내용이 7월 25일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가 맞느냐는 질문엔 “나는 정말 모른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주 유엔 총회 기간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젤렌스키 통화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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