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트럼프의 ‘새로운 방법’ 환영” 발표에 이어진 발언
대화 재개 공감대 확연…반면 구체성 떨어진다는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분위기에 한껏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 구축을 자신의 재임 기간 3년 간 일어난 가장 좋은 일로 꼽으며 북미 간 ‘톱다운 방식’을 통한 북한 비핵화 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재차 상승시켰다. 북한이 비핵화 해법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직후 나온 발언이기도 하다. 세 번째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평양과 워싱턴 간 공감대가 확연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물을 과시하기 위해 북미관계를 다시 띄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양자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 지도자들과의 협상 결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뒤 “나는 전적으로 회담을 가질 의향이 있었다”며 “나는 회담은 좋은 것이라고 진짜로 믿는다”고 말했다. 회담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면서 그는 “그럴 때조차도 상대방을 알 수 있게 된다. 잊지 말아라. 그들이 나를 살피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그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회담이 결렬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알게 되는 ‘소득’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뜸 북한 문제를 언급하며 “나는 적어도 3년 동안 이 나라에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것이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의 나라(북한)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이 지난 50년간 북한과 관련해 제대로 하지 못해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면서 “우리(나와 김 위원장)는 관계를 갖고 있다. (그 이전에는) 그들(북한)과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북미 간 협상 전망에 대해선 “잘 풀릴지도 모르고 잘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잘 풀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유보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그 사이 오랫동안 그(김 위원장)는 어떠한 핵실험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핵실험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20일(한국시간) 담화를 통해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미(북미) 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한 배경을 설명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데 대한 ‘반색’이었다.
북한의 이 같은 담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북미 정상 간 ‘케미’를 강조하고 나서며 북미 비핵화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은 재차 높아지게 됐다. 지난 7월 무렵부터 이어졌던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릴레이 도발이 최근 잦아든 것 역시 ‘긴장에서 대화’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이 얼마만큼 현실화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미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방법론 도출에 실패한 뒤 북한 역시 새로운 비핵화 방법론을 제시하진 못했다. 북미 간 실무협상이 열려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이날 자리에서 볼턴 전 보좌관 후임인 국무부 인질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 출신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이 인질 협상과 관련, “환상적 일을 했다”며 오토 웜비어 가족과의 지난 주말 만찬을 거론했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을 위해 찾은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17개월간 억류된 끝에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됐지만 엿새 뒤 숨을 거뒀다. 이후 미국 내 반북 감정을 급격히 상승했다.
웜비어를 기리기 위한 이날 자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며 미국 내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오토의 경우 (석방이) 매우 늦었다”며 “그는 집으로 돌아왔으나 끔찍한 상태였다. 보다 신속하게 움직였어야 했다”고 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웜비어 송환을 위해 신속히 움직였어야 한다는 취지다.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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