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북미 실무협상 앞두고 ‘견제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아부다비=AP 연합뉴스

북한이 눈엣가시로 여기던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경질하자 한껏 고무된 기색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지난해부터 줄곧 미측 협상팀을 이끌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까지 친북 매체를 통해 재차 견제하며 미국에 기 싸움을 걸고 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0일 ‘볼턴의 전격 경질’ 제하 글에서 초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을 트럼프 대통령이 경질했다는 소식을 전한 뒤 “제2차 조미(북미) 수뇌(정상)회담을 ‘결렬’시킨 장본인이 이렇게 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였다”며 “볼턴이라는 말 많고 고집 센 전쟁 미치광이를 끝내 제거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자기 뜻대로 외교활동을 벌이기 쉽게 되었다는 것이 공통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매체는 “볼턴처럼 국내외에서 배격 받고 혐오 당한 ‘외교전문가’는 극히 드물다”며 “6자회담 시기부터 조선(북한) 문제에 관여할 때마다 못되게 논 것으로 하여 조선 측은 그를 인간 쓰레기, 인간 오작품, 흡혈귀, 안보파괴 보좌관이라고 맹비난해왔다”고 했다. “지난해 말 트럼프 행정부를 떠나간 일명 광견(狂犬)이라 불리던 국방장관 매티스마저도 볼턴을 보고 ‘악마의 화신’이라 불렀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어 매체는 비난의 화살을 폼페이오 장관에게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의향을 존중하여 이자(볼턴)를 제거한 것은 잘된 일이지만 백악관에는 조선 측이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 판단력이 결여된 협상의 훼방꾼’, ‘미국 외교의 독초’라 비판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라는 불안정 요소가 남아 있다”며 “그도 대통령의 뜻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반감을 드러낸 건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속 고위급 회담을 위해 그가 북한을 방문한 지난해 7월 초부터다. 당시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이틀 동안의 방북을 마치고 떠나자마자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깊은 실망감을 피력하며 “미국은 저들의 강도적 심리가 반영된 요구 조건들까지도 우리가 인내심으로부터 받아들이리라고 여길 정도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에도 볼턴 전 보좌관과 더불어 폼페이오 장관을 맹공했다.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현재 제1부상)은 3월 15일 평양 주재 대사관 관계자 대상 브리핑을 열고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분 사이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했으며 결국 회담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다”고 힐난했다.

최근에는 공격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지난달 23일 발표한 담화에서 리용호 외무상은 “일이 될 만 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곤 하는데 이것을 보면 그가 미국의 현 대외 정책보다 앞으로의 보다 큰 ‘정치적 포부’를 실현하는데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며 “폼페이오는 갈데 올데 없는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비난했다.

이는 북미 간 협상 방식이 파격을 즐기는 정상 간의 ‘톱다운’(하향식)에서 실무진 간 ‘보텀업’(상향식) 위주로 바뀌는 데 따른 경계 차원일 수도 있다. “조선에 대한 적대의식이 골수에 들어찬 외교관료들에게 그대로 맡겨둔다면 저들의 이기적 목적만을 추구하고 상대에게 일방적 굴복을 강요하는 오만한 발상으로 협상안을 작성하기 일쑤”(12일 조선신보)라는 게 북한의 대미 인식이다. 더욱이 볼턴 전 보좌관이 퇴장한 데 이어 그 후임으로 자기 휘하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무부 인질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가 최근 기용됨에 따라 한층 올라간 폼페이오 장관 위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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