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지난 달 28일 열린 '2020년도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 대학진학박람회'에서 수험생들이 진학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에 갈래, 아니면 그 비용을 널 줄 테니 그 돈으로 작은 집이라도 사 둘래.”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님이 이런 제안을 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대학 시절 한 적이 있다. 그 돈에 더해 고교 졸업 직후 취직해서 부지런히 모았다면 당시 서울에 전세를 끼고 작은 아파트라도 한 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사립대학은 등록금과 각종 비용이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특히 지방 출신 대학생은 해외 유학에 버금가는 재정적 타격을 감당해야 했다.

□ 돈에 쪼들리다 보니 차라리 얼른 취직해 돈이나 벌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나만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대학 졸업을 하는 것이 대기업 취업 등 많은 기득권을 안겨 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등식이 깨지는 분위기다.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과잉 학력(overeducation)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학력자들이 자신의 학력과 일치하는 직업을 구하지 못해 저학력 직업에 종사하거나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

□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37개 회원국을 포함한 46개국을 대상으로 한 ‘2019년 교육지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8,760달러로 조사 대상국 중 일본(8,784달러)에 이어 4위였다. 1,000만원 안팎이다. 청년층(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6%로 2008년 이후 10년간 OECD국가(평균 44.3%)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연구소 등에서는 과잉 대학 진학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20조원을 넘나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 일본도 과잉 학력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니시카와 준의 저서 ‘학력의 경제학’에 따르면 일본에서 고졸자 일자리에 이류 대학 졸업생이 취업하면서 고교 졸업생 채용 숫자가 줄었다. 이 때문에 취업에 실패한 고교 졸업자들은 다시 삼류 대학에 진학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빚더미에 오른 경우도 많다. 최근 서울 명문대학에서 부동산 공부를 하는 ‘학회’ 개설이 잇따르고 있다. 집값은 오르는데 취업은 안 되니 부동산을 사두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라는 계산인 모양이다. 건전한 대학 생활은 아닌 것 같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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