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일 자국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관련해 양자 협의에 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한일 정부 간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양자 협의에서 해결되지 않고 WTO 패널 심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협의 요청에 응하기로 했다”며 “일본의 수출 관리 제도 재검토는 WTO 협정에 부합한다는 일본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설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양국 협의에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7월 4일부터 한국에 수출하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규정, “정치적 동기에 근거한 것으로 한국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라며 원상 복구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일본 측은 “안전보장상의 이유에 따른 무역 관리의 재검토”라며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 측은 지난 11일 WTO 제소를 발표했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회원국 간 무역의 차별을 금지하는 최혜국 대우 원칙과 상품 쿼터와 수출허가 등을 통해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을 금지한 관세 및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GATT) 11조에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측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출 규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GATT 21조를 근거로 “WTO 규정에 부합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WTO의 무역 분쟁 해결 규정에 따르면 우선 양 당사국 간 협의를 실시하고, 협의를 시작한 후 60일 이내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제소국은 1심에 해당하는 WTO 패널에서의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어느 한 나라가 1심의 결과에 불복할 경우 최종심에 해당하는 WTO 상소기구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진다. 그러나 한일 간 의견 차이가 커 양국 협의에서 해결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아울러 통상적으로 제소에서 상소기구 판결까지는 2년 이상 걸리는 만큼 양국 간 무역분쟁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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