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캐리커처. 배계규 화백

‘미스터 국가보안법’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치권 데뷔 8개월(올 1월 입당) 만에 ‘삭발 투사’가 됐다. 지난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촉구하며 머리를 깎으면서다.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머리를 민 최초의 제1야당 대표로 이름을 올리며 대한민국 정치권의 삭발투쟁사도 새로 썼다.

삭발은 공안검사-법무부 장관-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그의 일대기에서도 큰 변화다. 공안검사로 활약하며 수많은 운동권 인사들을 수사했던 그가 ‘좌파’의 투쟁수단인 삭발 당사자가 될 줄은 스스로도 몰랐을 것이다.

머리카락은 잃었지만 얻은 것도 많다. ‘과잉 의전 총리’라는 권위적 별명 대신 영국의 유명배우 게리 올드먼에 빗댄 ‘김치 올드먼’으로 불리며 2030세대 사이에서 인지도가 급상승했고 원외대표의 한계로 한동안 미미했던 존재감도 되찾았다. 당 지지율은 그가 머리를 밀었던 당일,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항간에 떠돌던 가발 논란을 불식시킨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도박과도 같았던 ‘삭발 승부수’로 관료 이미지를 벗고 ‘정치인’으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삭발이라는 깜짝 선언을 할 당시만 해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정치인’, ‘삭발 투사’로서 제1야당의 결기를 보여주는 건 지금부터다. 황 대표 이후 원내ㆍ외 인사들의 무분별한 삭발 릴레이가 계속되면서 희화화를 자초했다는 지적과 함께 ‘공천 눈도장 찍기용’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그가 이 혼란을 수습하고 한국당을 대안정당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 그의 ‘정책투쟁’ 첫 무대인 22일 ‘민부론’(한국당의 경제정책 대안) 국민보고대회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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