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토스 대표. 연합뉴스

핀테크 서비스 토스를 기반으로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업 진출을 준비 중인 이승건(37)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돌연 금융감독원을 향해 불만을 표출하며 사업 철회 가능성을 내비치자 금융당국의 반응이 냉랭하다. 토스가 다음달 시작될 제3인터넷은행 사업자 재선정 과정의 흥행이 자사의 참여 여부에 크게 좌우될 거란 점을 지렛대 삼아 사업 인가를 압박한다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당국 내부에선 이 대표에 대해 “오만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핀테크 업계의 간담회 자리에서 “금융위원회와 얘기할 땐 도움을 받는다고 느끼는데, 감독기관(금감원)과 얘기하면 진행되는 게 없다”며 “우리에게 수행할 수 없는 안을 요구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대표는 ‘수행할 수 없는 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한 채 “증권업과 인터넷은행 사업 진출을 포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앞서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인터넷은행 사업 인가에서 탈락한 뒤 재도전을 검토하는 한편으로 지난 5월 증권업 인가를 신청한 바 있다.

신임 금융위원장과 핀테크 업계 간 첫 만남에서 ‘돌발 발언’이 나오자 당국과 업계의 충격은 컸다. 게다가 이 대표가 금융위는 사업 인가에 적극적인데 금감원은 제동을 걸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면서 양 기관의 갈등설이 더욱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위와 금감원을 가릴 것 없이 당국은 이 대표의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토스의 불만은 자본적정성 기준 문제로 추정되는데, 심사 주체인 금감원 실무자들은 제 할일을 하고 있다”고 금감원을 옹호했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사업을 접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보고 이 대표를 다시 보게 됐다”고도 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이 대표 발언 다음날 “통상 금감원은 말도 안 되는 얘기는 안 한다”며 “당국의 기본 역할은 금융사를 건전하게 하는 것”이라고 공박했다.

시장에선 이 대표가 당국이 지나치게 엄격한 자본적정성 기준을 적용한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지난 5월 인터넷은행 인가 획득에 실패한 이유는, 비바리퍼블리카 자본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금감원이 자본 아닌 부채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RCPS는 주식 발행으로 조달된 자본이긴 하지만, 채권처럼 투자자가 만기 때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RCPS에 대한 해석 이슈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며 “이 대표가 사업을 준비하는 민원인으로서 오랜 기간 문제 해결이 안 되다 보니 불만을 얘기한 걸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토스 측은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하며 수습에 나섰다. 19일 토스는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이 대표의 발언은 증권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었으며, 감독당국의 역할과 권한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증권업 예비인가 과정을 충실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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