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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끼우기도 어려울 정도로 떨리면 파킨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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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끼우기도 어려울 정도로 떨리면 파킨슨병?

입력
2019.09.24 05: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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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고령 환자가 90%

뇌 오작동 막는 ‘뇌심부자극술’도 가능

윤지영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인터뷰

윤지영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몸이 떨리는 증상이 생긴다고 모두 큰 병은 아니지만 가만히 있어도 떨리고 몸동작이 굼뜨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윤지영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몸이 떨리는 증상이 생긴다고 모두 큰 병은 아니지만 가만히 있어도 떨리고 몸동작이 굼뜨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얼마 전 공식 행사에서 몸을 떠는 증상이 나타나 건강 이상설에 휩싸인 적이 있다. 술잔을 따르거나, 글씨를 쓰거나, 흥분하거나 긴장했을 때 떨리는 것은 대부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손발 떨림이 우리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뇌에 도파민이 부족해지면서 운동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파킨슨병일 수도 있다.

파킨슨병 등 뇌신경계 퇴행성 질환 치료에 천착하고 있는 윤지영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났다. 윤 교수는 “손이나 얼굴이 떨리면 난치병으로 지레짐작해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며 “60대 이상 환자가 90% 이상이어서 ‘황혼의 불청객’으로 불리는 파킨슨병도 초기에 약을 먹으면 일상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다”고 했다.

-몸이 떨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강해도 몸은 미세하게 떨릴 수 있다. 이를 ‘생리적 떨림(physiologic tremor)’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긴장하거나 피곤할 때, 특정한 약을 먹었을 때, 카페인 음료를 너무 많이 마셨을 때, 혈당이 떨어지거나 갑상선기능항진증일 때 떨릴 수 있다.

특별한 원인이 없이 몸이 일정하게 떨리기도 한다. ‘본태성 진전(本態性 震顫·essential tremor)’이라고 한다. 특정 자세를 취하거나 힘을 잔뜩 주거나 움직일 때 규칙적으로 몸이 떨리는 게 특징이다. 손에 주로 나타나 ‘손떨림(수전증)’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손 이외에도 목, 턱, 혀, 목소리, 드물게 다리와 발이 떨리기도 한다. 가족력이 있는 환자가 적지 않다.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나지만 특히 10대와 50대에 많이 생긴다. 술을 마시거나 마음이 진정되면 증상이 일시 줄어들기도 한다.

가만히 있을 때 떨린다면 파킨슨병 때문일 수 있다. 뇌신경계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중뇌 흑질(substantia nigra)에 있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특정 세포가 죽어 가면서 움직임 장애를 일으킨다. 부드럽게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도파민이 부족해져 파킨슨병이 되면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필요한 단백질을 처리하지 못하거나,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등 다양한 요인 때문으로 추정된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 한쪽이 실룩거리며 일그러지는 반측안면경련도 대표적인 떨림 질환이다. 눈 주위 근육이 경련을 일으켜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는 ‘안검 경련’과는 구별된다. 반측안면경련은 처음에는 눈 아래가 미세하게 떨리다가 눈을 자주 깜박이고 절로 눈을 감기도 한다. 심하면 눈, 볼, 입, 턱, 목 주위 등 안면신경의 지배를 받는 모든 얼굴 근육이 수축하기도 한다.”

-파킨슨병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파킨슨병은 50대 이후에 대부분 발병하지만 30~40대나 20대에도 생길 수 있다. 60세 이상에서 1~1.5%가 앓고 있어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유전적 요인은 5~10% 정도에 불과하다.

파킨슨병은 손을 떠는 것으로 많이 알고 있지만 다른 증상도 적지 않다. 편한 자세로 힘을 빼고 있을 때 주로 떨리고 손이나 다리를 움직이면 떨리지 않게 된다. 때문에 파킨슨병으로 인한 떨림을 ‘안정 시 진전’이라고 한다. 이 밖에 온몸이 뻣뻣해지는 경직, 글씨를 쓰거나 단추를 끼울 때처럼 미세한 동작을 할 때 굼뜨고 느려지는 서동증(徐動症)도 나타난다. 병이 악화되면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해 잘 넘어진다. 걸으려고 할 때나 걷다가 회전할 때 발이 땅에 붙은 것처럼 제대로 떨어지지 않고(보행동결증상), 몸도 구부정해진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다계통위축증, 진행성상핵마비, 루이소체치매 등 비전형적 파킨슨병이나 2차성 파킨슨병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 진단이 늦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많다. 또한 파킨슨병으로 우울증 통증 인지장애 수면장애 자율신경계장애 배뇨장애 등 다양한 비(非)운동증상이 나타나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생리적 진전은 떨리게 만드는 요인을 최대한 줄인다. 카페인을 줄이고, 복용 약 가운데 떨리게 만드는 약물(위장운동조절약, 정신과 약, 어지럼증 치료제 등)을 끊게 한다. 심하게 떨리면 긴장을 완화하는 약을 처방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저혈당 등 다른 이유로 떨리는지도 확인한다. 본태성 진전은 거의 평생 지속되지만 대부분 건강에 별 영향이 없다. 그러나 떨리는 증상은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게 할 수 있어 필요하면 베타차단제 등으로 치료한다.

파킨슨병의 완치는 어렵지만 관리는 가능하다. 약이나 물리치료, 수술 등으로 치료한다. 기본 치료가 도파민 전구약물(레보도파)이나 도파민 효현제 같은 약물이다. 다만 약을 5~7년 정도 먹으면 약효 발현시간이 짧아지고, 저절로 춤추듯 몸을 흔드는 ‘이상운동증(dyskinesia)’이 생길 수 있다. 병이 진행되면 떨림·경직·통증 등이 빈번해지고, 불안과 공황장애, 우울증까지 생긴다. 약효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증상(운동변동)이나 이상운동증 같은 운동합병증이 생기면 ‘뇌심부자극술(DBSㆍDeep Brain Stimulation)’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 수술은 잘못 작동되는 뇌 신경회로에 미세한 전극을 꽂아 열을 가해 오작동을 막는 것이다.

반측안면경련은 정상 경로를 벗어난 동맥이 안면신경을 압박하거나 안면신경 인근의 혈관조직을 자극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물게 소뇌 교종양이 안면신경을 압박해 나타나기도 한다. 안면신경이 뻗어 나오는 뇌간이 손상돼 생기기도 한다. 영상검사로 이를 확인해 수술(성공률 80%)이나 보톡스 주사 같은 비수술 치료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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