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제시했던 리비아 모델을 비판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새로운 방법’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협상 지연을 리비아 모델을 주장한 “볼턴 탓”으로 돌리면서 선 비핵화, 후 보상이 아닌 ‘새 방법’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20일 미국의소리(VOA)방송과 백악관 발언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멕시코 국경지역에서 '대북정책의 실패를 예견한 볼턴 전 보좌관 주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면서 미북협상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긴 쉽다”면서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볼턴 전 보좌관)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볼턴 전 보좌관은 자신들이 과거에 얼마나 나쁜 방식으로 일해 왔는지 꼭 봐야 한다”라며 “아마도 ‘새로운 방법(new method)’이 아주 좋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리비아 모델은 무아마르 카다피가 이끌던 리비아가 2003년 8월 선(先) 비핵화를 택하고 그 대가로 미국의 경제적 보상을 받은 비핵화 방식을 뜻한다. 반면 2011년 반정부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난 카다피가 결국 사살된 역사적 의미도 함께 담겨있어 북한의 반발을 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눈 속 가시로 여겨온 볼턴 전 보좌관을 경질하고, 이어 리비아 모델을 비판하면서 앞서 요구했던 ‘새로운 계산법’에 호응하는 ‘새로운 방법’을 끄집어내면서 곧 진행될 북미 실무협상의 전망이 밝아지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접근 가능성이 커지면서 리비아 모델과 반대되는 단계적 합의, 이른바 스몰딜을 추구하는 쪽으로 북미협상이 진행될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볼턴 보좌관의 회의적 관측을 반박하기로 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정책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3년간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인질들은 물론 한국전에서 숨진 참전용사들도 미국으로 귀환했다”며 “이런 상황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리비아 모델’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한 볼턴 전 보좌관보다 더 낫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을 해임한 지 하루 뒤인 지난 11일에도 “볼턴의 발언은 큰 실수였고, 좋지 않은 발언이었다”고 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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