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면회 오는 가족 있어, 가석방 기대 범행 부인하는 듯”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가 여전히 가학적인 성적 욕망이 강렬한 상태라는 범죄심리학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증거 속 유전자(DNA)가 자신의 것과 일치하는데도 이춘재가 범행을 부인하는 이유는 가석방을 받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춘재가 아직 성범죄와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교도소 안에서도 음란물 사진 10장을 본인 사물함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동료 재소자의 증언을 토대로 이 교수는 “금지된 것을 굉장히 위험 부담을 안고서도 보존했다는 얘기는 성도착에 해당하는 가학적인 성적 욕망이 강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교도소 안에서 말썽을 부리지 않고 1급 모범수로 살고 있는 것은 범행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이 교수는 “이춘재는 연약한 여성들에게만 포악한 습벽을 드러내는 욕구라면 교도소 안에는 대상이 없다. 남자 수용자들, 교정 직원들 사이에서는 폭력성을 드러낼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출소하게 되면 상당 부분 문제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봐야 된다”고 덧붙였다.
화성 연쇄살인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가 자신의 것과 일치하는데도 이춘재는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게다가 화성 연쇄살인사건 마지막 범행은 지난 1993년 4월 3일 발생해 이미 2006년 공소시효가 끝난 만큼 시인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 교수는 “무기수라도 20년쯤 지나면 가석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재소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진실”이라면서 “무기수인 이춘재도 가석방이 될 것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치금을 넣어주고 면회 오는 가족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가족들에게 돌아갈 기대를 하지 않겠는가. 처벌은 안 받는다고 해도 시인을 하면 죽을 때까지 화성 연쇄살인범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아야 된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이 교수는 수사 당국에 면밀한 재조사를 촉구했다. 총 10건의 연쇄살인 중 추가로 DNA를 비롯한 증거물을 확보하고, 마지막 연쇄살인이 벌어진 91년 4월부터 이춘재가 처제를 살해한 93년 12월까지 유사한 방법으로 여성을 살해하거나 미수에 그친 사건을 확인해 여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공소권이 끝났지만 사법제도가 해야 할 책무 중 하나는 피해의 회복”이라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책무도 국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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