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시 구청장들이 지난 달 21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주택을 방문해 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 첫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5평’ 논란에 부딪혔다. 이 사업은 충정로와 강변 등 역세권 지역에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그중 1인 가정을 대상으로 한 원룸 주택의 규모가 16㎡, 그러니까 5평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야기했다. 이건, 청년은 5평에 살아도 된다는, 그래도 감지덕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감히 이런 집을 사람 살 곳이라고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물론 여기에는 이면이 있다. 누구나 선호하는 서울 지하철 역세권, 하물며 충정로와 강변은 서울 도심에서 매우 가까운 교통의 요지다. 사이버펑크처럼 초고층 빌딩을 무한히 지을 수 없는 이상 이런 지역에 값싸고 넓은 주택을 마냥 공급할 수는 없는 법이다. 원룸이라곤 해도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2,000만원 수준의 보증금에 10만원 이하의 월세로 살 수 있다는 걸 고려해보면, 사실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혜택이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 중 공공임대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충정로역 청년주택의 경우 499실 중 49실, 강변역 청년주택의 경우 84실 중 18실. 앞으로 더 공급할 예정이라곤 하지만, 주거 빈곤 해결에 충분한 양이라곤 도저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월세가 싸다곤 해도 보증금으로 2,000만원을 내야 하는 임대조건이 정말 저소득층을 위한 것인지도 의문스러운 데가 있다. 대출을 받으면 된다지만 저소득층에는 대출 그 자체도 장벽일 수 있다.

나머지는 민간임대주택인데, 주변 시세의 85~90% 수준에서 임대료를 책정했다는 서울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이 3,640만~1억1,280만원, 월세가 29만~78만원으로 꽤 부담스럽다. 당연히 입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게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왜 이런 어중간한 형태가 되었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공공부문이라고 해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초월할 수는 없다. 모든 사업에는 돈이 필요하고, 우리에게 화수분이 없는 이상 제한된 예산을 어디에 얼마만큼 투입할 것인지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게다가 이 경우에는 땅도 필요하다. 어쩌면 돈보다도 훨씬 더 제한적인, 투입하고 싶다고 마냥 투입할 수 있는 게 아닌 그런 자원이다. 완전히 혁명적인, 모두가 만족할 만한 형태로 다양한 주거 빈곤을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은 사실 불가능하다.

5평 원룸이 쾌적한 환경이 아님은 사실이다. 5평보다는 당연히 10평짜리 주택이, 그보다는 15평짜리 주택이 더 좋다. 하지만 과밀화된 도시에 싸고 좋은 집을 다수 공급한다는 건 돈, 그리고 무엇보다도 땅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요구하는 건 마땅한 권리이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5평짜리 주택 67개 대신 10평짜리 주택 34개를 공급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혼자 살 집을 알아보러 발품을 팔았다. 정말 기상천외한 ‘집’들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침대를 두기 힘들 정도로 좁고, 산들바람에도 창틀이 흔들릴 정도로 낡고, 변기에 앉으면 다리를 어디 둬야 할지 모를 기이한 구조의 집들. 반지하, 옥탑방, 더 나아가선 쪽방촌에 이르기까지. 이런 현실에 균일하게 잘 지어진 5평 원룸형 주택은 무척 매력적인 선택지다. 중요한 논제들은 많다. 공공임대 확대라는 거시적인 목표에서부터, 인간다운 거주 환경이란 어디서부터인가 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만 그래도 나는 제대로 지은 5평 원룸을 더 싸게, 더 많은 사람을 위해 공급하는 것 또한 결코 가벼운 목표가 아니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의 주거 빈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생각하면 잘 지어진 5평 원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사실 엄청난 것이다. 그 작은 집들은 절대 비인간적이지 않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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