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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덮친 집… 가족 목숨 구한 뒤 현장에서 숨진 '작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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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덮친 집… 가족 목숨 구한 뒤 현장에서 숨진 '작은 영웅'

입력
2019.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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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 씨(오른쪽)와 그의 반려견 '지피'의 모습. 10News WTSP 유튜브 캡처
버틀러 씨(오른쪽)와 그의 반려견 '지피'의 모습. 10News WTSP 유튜브 캡처

눈앞에 자기보다 훨씬 덩치가 큰 야생동물이 나타나더라도, 누군가 위험한 흉기를 들고 달려들더라도, 반려견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앞으로 나서곤 하는데요. 오늘은 화마 속에서 가족을 구하려다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한 '작은 영웅'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DailyMail)’에 따르면, 17일 새벽 2시쯤 미국 플로리다 주 브레이든턴(Bradenton)에 거주하는 버틀러(Butler) 씨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화재 발생 당시 버틀러 씨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두 딸은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요. 심지어 화재 알람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버틀러 씨 가족은 모두 집에 불이 난 사실을 모르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이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화재 상황을 알린 건, 다름 아닌 3년 된 버틀러 씨의 반려견 ‘지피(Zippy)’였죠.

'지피' 덕분에 잠에서 깬 버틀러 씨는 서둘러 거실로 나왔지만, 이미 천장까지 불길이 번진 상태였다. Dailymail 홈페이지 캡처
'지피' 덕분에 잠에서 깬 버틀러 씨는 서둘러 거실로 나왔지만, 이미 천장까지 불길이 번진 상태였다. Dailymail 홈페이지 캡처

“아빠,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해요!”

잭 러셀 테리어(Jack Russell Terrier) 견종으로 알려진 수컷 강아지 '지피'는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채곤 맹렬하게 짖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이 별다른 반응이 없자 녀석은 '빨리 일어나라'는 듯 침실을 비롯한 집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짖었다고 하는데요.

지피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버틀러 씨는 서둘러 거실로 나왔고, 그제야 집이 화염에 휩싸였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길은 이미 가구를 타고 천장까지 번져있는 상태였죠. 지체할 시간 없이 곧바로 가족을 깨워 집 밖으로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버틀러 씨는 서둘러 두 아이와 아버지를 깨운 후 집을 나섰고, 황급히 소방서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정신 없이 신고 전화를 마치자마자, 버틀러 씨는 “절망에 휩싸였다”고 하는데요. 아무리 찾아봐도 집 밖에 반려견 지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짖으며 버틀러 씨 가족 곁을 지키던 녀석은 미처 가족을 따라 문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화마 속에 갇혀버렸던 것이죠.

버틀러 씨는 울부짖으며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지만,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에 의해 저지되었다고 합니다. 집 전체가 화염으로 가득할 만큼 불길이 커진 데다, 유독 가스가 집 곳곳에서 새어 나오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죠. 버틀러 씨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안 돼!’하고 울부짖으며 지피가 문밖으로 뛰어나오기만을 기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피는 자신이 사랑한 가족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후, 혼자 연기가 자욱한 집에 남아 마지막 숨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가족을 지킨 '지피'는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화마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10News WTSP 유튜브 캡처
가족을 지킨 '지피'는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화마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10News WTSP 유튜브 캡처

현재 브레이든턴 소방서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장 조사 결과, 첫 발화지점은 에어컨 근처에 있던 다락방 부근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온몸이 그을린 채 발견된 ‘지피’는 안타깝게도, 유독가스로 인해 질식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족에게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녀석은 유독 가스를 마시면서도 짖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죠.

"녀석의 빈자리는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겁니다." 10News WTSP 유튜브 캡처
"녀석의 빈자리는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겁니다." 10News WTSP 유튜브 캡처

불타버린 집은 금세 새로 지을 수 있겠지만, 소중한 반려견의 빈자리는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겠죠. 자칫하면 ‘골든 타임’을 놓쳐 일가족이 참변 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 자신의 희생으로 가족을 지키고 세상을 떠난 이 ‘작은 영웅’의 죽음에 멀리서나마 애도의 마음을 표해 봅니다.

서희준 동그람이 에디터 hzune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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