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노지형, 한동규, 황성재 CEO “혁신을 위해 단 하나,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신생(스타트업) 기업 테헤란로세공사들의 황성재(37) 공동대표는 발명왕으로 유명하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가 특허를 낸 발명품이 약 300개에 이르며 이 가운데 30~40개는 삼성전자 등 국내외 대기업에 기술 이전됐다. 덕분에 대학생 때 적지 않은 돈을 벌어서 집과 자동차까지 샀다.

이런 이력과 달리 부산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낸 황 대표는 소위 학업 포기자였다. “청소년때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았어요. 춤과 연극을 너무 좋아해 공부를 포기하고 여기에 빠져 살았죠. 걱정을 많이 하시던 부모님들도 나중에 포기하셨어요.”

그런 그가 발명에 빠진 것은 서울 견학을 부상으로 내건 부산지역 학생발명대회 덕분이었다. “서울 구경을 하고 싶어서 수업 시간에 낸 아이디어로 응모했는데 당선이 됐어요.”

테헤란로세공사들의 한동규(왼쪽부터), 황성재, 노지형 공동대표가 안경 테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이색 안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발명왕과 명품 디자이너, 미대 교수의 만남

그때부터 황 대표는 발명에 재미를 붙여 더 많은 발명을 하기 위해 대학에 가기로 결심하고 고 3때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남들 10년치 공부를 1년 동안 했어요.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중학교 과목부터 공부했죠. 영어의 ABC도 몰랐거든요. 우선 문제집을 200만원어치 사서 씹어 먹다시피 공부했어요. 학교의 야간 자율학습 대신 학원을 다녔죠. 선생님들도 갑자기 공부하는 제가 기특해서 도움을 받도록 전교 1등 옆에 앉혔어요. 학생들 사이에 의리와 리더십 있는 친구로 통해서 선생님들도 좋아했거든요.”

다행이 황 대표는 광운대 컴퓨터공학과에 발명특기자로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 가서 학문에 대한 열정이 생겨 미친 듯 공부했어요. 여자친구가 어학원 영어 선생이어서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죠.” 덕분에 그는 광운대 설립 이래 가장 높은 평점으로 수석 졸업했다.

이후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해 문화기술이라는 융합학문으로 공학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그때부터 그는 수 많은 발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 시절 기술 이전을 위해 기업들을 만나면서 그는 사업에 눈을 떴다.

졸업 후 발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개발업체 플런티, 사물인터넷(IoT) 업체 피움랩스, 축산유통업체 육그램, 로봇카페를 운영하는 라운지랩 등 여러 스타트업 설립에 참여했다. 또 스타트업 육성업체 퓨처플레이를 만들어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도 했다.

그런 황 대표가 새로운 사업에 뛰어 들었다. 지난 3월 설립해 다음달부터 본격 사업을 시작하는 테헤란로세공사들은 여러가지 혁신적 방법을 도입한 안경 전문 스타트업이다. 이용자들이 홈페이지에서 안경을 주문하면 종이로 실물과 똑같이 만든 디자인의 모형 안경을 보내준다. 이용자는 이를 써보고 마음에 들면 주문을 한다. 이용자들은 굳이 안경점에 가지 않아도 편하게 집에서 안경을 맞출 수 있다. “종이 모형을 이용한 안경 주문은 이탈리아의 콰트로센토라는 업체가 처음 시작해 다른 업체들도 많이 도입했습니다. 이용자들에게 즐거움과 실용성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재미있는 것은 안경테를 여러 가지로 바꿀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기본 안경테에 추가로 사각형, 동그라미 등 다양한 모양과 다른 색깔로 만든 렌즈 테 부분을 마치 얹어놓듯 덧씌울 수 있다. “기본 안경테 1개에 2가지 다른 모양의 추가 렌즈 테가 제공돼요. 이용자들은 3개의 서로 다른 안경을 갖는 셈이죠.”

테헤란로세공사들이 다음달에 내놓는 제리캔 안경은 다양한 모양의 안경 테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이색 안경이다. 테헤란로세공사들 제공

단순히 렌즈 테 교환 방식만 특이한 게 아니라 티타늄 등 고급 재질과 디자인의 명품 안경을 지향한 황 대표는 안경업계에서 유명한 안경제조업체를 인수하며 숨은 고수를 영입했다. 바로 노지형(33) 공동대표다. 노 대표 또한 범상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8년 동안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안경을 위탁 받아 디자인했다. “비밀유지서약을 해서 업체명을 밝힐 수 없지만 몇 년 동안 길거리에서 제가 디자인한 명품 안경들을 숱하게 봤어요.” 해외 명품으로 알려진 여러 안경들이 사실 그의 작품이었다.

고교 시절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던 노 대표는 산업 디자인을 대학 전공으로 택했다. 학창 시절 디자인 공모전에 안경을 소재로 출품하면서 안경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40여 명품 브랜드와 일을 했다.

노 대표는 안경을 패션과 기술의 결합체인 패션테크 상품으로 본다. “안경은 24개 공정이 필요해요. 이 공정들을 하나로 맞추는 게 어렵죠. 그럴려면 제품 도면(설계도)이 기술적으로 완벽해야 해요. 이 도면을 아무나 만들지 못합니다.” 그가 이 도면을 직접 만든다. 이렇게 만든 도면을 외부 공장에 위탁해 안경을 생산한다.

노 대표와 함께 회사에 날개를 달아준 또 다른 인물은 마케팅 전문가인 한동규(36) 공동대표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미대 겸임교수이면서 노 대표와 함께 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6세때 현대미술관에 가서 설치미술을 보고 심장이 뛰었어요. 이런 작품을 만들거나 아니면 이런 작품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죠.”

한 대표는 산업디자인을 시대의 꽃이라고 생각하며 비즈니스 또한 예술이라고 본다. 그래서 새로운 산업을 계속 공부하며 중국 현대미술관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등 국내외 각종 산업디자인 관련 자문을 했다. 자신의 미래를 디자인하라는 주제로 ‘나를 찾는 꿈 노트’ 15만부를 만들어 전국에 무료 배포하는 등 이색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았다. “예술로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비즈니스는 최고의 예술이죠.”

테헤란로세공사들의 황성재(왼쪽부터), 노지형, 한동규 공동대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안경에 인터넷 판매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박형기 인턴기자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기능이 탄탄한 제리캔 같은 안경을 만들겠다”

세 명의 개성 강한 CEO들의 철학과 아이디어가 녹아 있는 것이 이달 말 공개행사 후 다음달부터 판매 예정인 안경 브랜드 ‘제리캔’이다. 제리캔은 1930년대 독일에서 개발된 차량에 부착하는 기름통이다. 통 양 옆이 X자 모양으로 파여 있어 유명하다. “제작자 미상의 제리캔은 기름이 산폐하면 통이 찌그러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 X자 모양을 그려 넣었어요. 그만큼 디자인 자체가 아름다우면서 기능도 뛰어나죠. 기능과 심미성을 모두 살린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브랜드 명을 정했고 로고도 기름통 모양을 살렸어요. 본질을 살리면서 혁신을 가져가겠다는 뜻도 있어요.” 한 대표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광고 모델도 연예인이 아닌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쓸 생각이다. “요즘은 무조건 연예인이 사용한다고 따라가지 않아요. 그보다 설득이 되는 사람들을 따라 하죠. 그래서 외모가 아닌 SNS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홍보 모델로 생각하고 있어요.”

문제는 렌즈다. 국내에서는 안경업체가 렌즈까지 만들 수 없다. 안경사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으로 시력을 묻고 렌즈를 배송하는 것도 법 때문에 할 수 없다. 노 대표는 이에 대한 해결책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비밀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합법적으로 풀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어요.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은 타다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외부와 적극 협업해 렌즈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에요.”

더 나아가서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옴니채널 판매도 고려하고 있다.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전시장 형태의 매장과 로봇이 판매하는 매장도 생각 중이에요.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습관과 생각을 바꾸는 거죠.” 황 대표는 소비자의 작은 변화가 업계에 큰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