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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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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의 두 얼굴

입력
2019.09.19 18:26
수정
2019.09.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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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는 ‘착하고 유순한 사람’

아내, 3살 아들엔 ‘상습적 폭력’

화성연쇄살인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화성연쇄살인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56)는 잔혹하고 치밀한 흉악범답지 않게 온순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으로 주변인들은 진술하고 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다중인격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씨 주위의 지인들은 그를 ‘착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당시 이씨와 선후배 사이로 지낸 A(58)씨는 19일 전화 통화에서 “경제적으로는 힘들게 살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한 번 안하는 착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조용하고 유순했던 사람이라 당시 처제를 살해했다는 소리를 듣고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A씨 등과 함께 이씨를 만난 적이 있다는 B(58)씨도 “사람이 좋아서 그런 무서운 사건을 저지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사건 후 이씨 가족과는 연락이 끊겼고, 이후 (이씨의)세 살 짜리 아들은 이씨 부인이 키운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아내와는 불화가 잦았지만, 피해자인 처제(20)와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처제가 가끔 이씨 집에 들러 빨래도 해주고 반찬도 해줬다는 주변 증언도 있었다. 사건 당일 이씨는 처제에게 “빵굽는 토스터기를 줄 테니 놀러 오라”고 부를 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는 괜찮았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피해자 가족들은 이씨가 내성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상반된 진술을 재판 과정에서 쏟아냈다.

1994년 9월 처제 살인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내성적이나 한 번 화가 나면 피고인의 부모도 말리지 못할 정도의 난폭한 성격 소유자”라고 이씨의 성격을 언급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아내를 수시로 구타하고, 세 살짜리 아들을 방에 가두고 마구 때려 멍이 들게 할 정도로 학대하기도 했다. 가출한 아내가 전화를 했을 때는 “내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에겐 “이혼을 하겠지만, (아내가) 다시는 결혼하지 못하도록 문신을 새기겠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다.

재판부는 “과도한 구타 습관과 난폭한 성격을 갖고 있던 피의자가 가출해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내에 대해 극도의 증오감을 갖고 있었다”고 범행 당시 이씨의 심리 상태를 진단했다.

이씨가 범행을 저질렀던 집은 2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3층짜리 다세대주택 그대로였다. 이씨는 이 주택 2층에서 세를 살았다. 시신이 발견된 철물점 야적장에는 상가 건물이 건축됐고, 미용실 등 상점들이 영업 중이다.

그를 기억하는 주민은 없었다. 당시 주변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한 C(61)씨는 “형부가 처제를 성폭행하고 죽였다는 소문이 돌아 며칠 동안 밤에 못 나갔던 것 외에는 기억 나는 게 없다”고 했다. 다른 주민 D씨는 “그 당시는 마을이 개발되기 전이라 건물도 몇 채 없었다. 무서운 사건이 있던 것도 어제 밤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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