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국제다큐영화제 20일 개막
영화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올해 11회를 맞이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2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7일까지 8일간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 일대 극장에서 열린다. 평화와 소통, 생명을 주제로 다룬 전 세계 다큐멘터리 152편이 관객을 찾아온다. 스크린 쏠림 탓에 극장에서 만나기 힘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마음껏 골라가며 볼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으로 개막식 장소는 파주시 임진각에서 고양시 킨텍스로 옮겨졌다.

풍성하게 차려진 다큐멘터리 만찬을 둘러보며 무얼 먼저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예비 관객을 위해 프로그래머들에게 추천작을 소개받았다. 여기에 약간만 노력을 보탠다면 틈새에 숨은 보석 같은 작품을 발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우선 개막작인 박소현 감독의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 지금 이곳에서 평화를 노래하자는 뜻에서 일명 렛츠 피스라는 그룹을 결성한 20대 청년들이 우리나라 남단 목포역을 출발해 서울역을 거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1년간 평화 여행을 하는 여정을 경쾌하게 담아 낸 작품이다. 남북 문제는 물론 평화에도 관심 없던 청년들은 여행지에서 춤과 노래 공연을 하면서 세계 시민들과 소통하고, 개념이 아닌 삶의 일부로 평화를 받아들인다. 복잡한 정치 문제에서 벗어나 청년의 시선과 몸짓으로 그려 내는 평화의 메시지가 은은하게 마음을 울린다.

영화 ‘사마를 위하여’.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세계 무대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먼저 인정받은 수작들도 여럿 초대됐다. ‘사마를 위하여’(감독 와드 알-카테아브)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된 다큐멘터리다. 시리아 내전 중 딸을 출산한 여성 저널리스트가 혼돈과 불안의 한복판에서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담았다. ‘그림자꽃’(감독 이승준)은 중국의 친척을 방문했다가 탈북 브로커에게 속아 억지로 남한에 오게 된 북한 여성 김련희씨의 삶을 통해 남북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이 감독은 ‘달팽이의 별’로 2011년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그랑프리상을 수상했다. ‘143 사하라 스트리트’(감독 하센 페르하니)는 DMZ국제영화제 초청이 확정된 이후 지난달 폐막한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현재의 감독 경쟁부문’에서 감독상 수상 낭보를 전해 왔다. 최근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다큐멘터리 신작 중 하나라는 뜻이다. 사하라 사막 가운데 홀로 선 작은 가게를 지키고 있는 한 여인이 잠시 쉬기 위해 이곳을 스치듯 들렀다 떠나는 사람들과 따뜻하게 교감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영화 ‘디에고 마라도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조금 더 대중적인 주제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우먼 인 할리우드’(감독 톰 도나휴)와 ‘디에고 마라도나’(감독 아시프 카파디아), ‘어메이징 그레이스’(감독 시드니 폴락ㆍ알랜 엘리엇)를 추천한다. ‘우먼 인 할리우드’는 미국 할리우드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저평가와 그릇된 인식, 복잡하게 얽혀 있는 딜레마를 정면으로 다뤄 미국에서도 크게 주목받은 화제작이다. 메릴 스트리프, 케이트 블란쳇, 내털리 포트먼 등 할리우드 유명 여자 배우들과 영화 산업 내 중요 인사들이 등장해 현실을 타개할 대안과 희망을 모색한다. ‘디에고 마라도나’는 제목 그대로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축구 황제 마라도나의 이야기를 담았고,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솔(Soul)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이 1972년 미국 LA뉴템플침례교회에서 한 콘서트를 담은 영화다.

영화 ‘노동자뉴스 1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올해의 특별전 ‘한국 다큐멘터리 50개의 시선’도 마련됐다. 한국 영화 100주년 맞아 영화평론가와 기자가 1982년부터 올해까지 제작된 모든 한국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대표작 55편을 선정해 그 중 10편을 영화제 기간 상영한다. 1980년대 노동자들의 투쟁 속보와 정세 분석 등을 담은 ‘노동자뉴스 1호’(노동자뉴스제작단), 장애인 자매의 삶과 꿈을 다룬 ‘팬지와 담쟁이’(감독 계운경), 최초로 여성노조를 탄생시킨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들은 정의파다’(감독 이혜란) 등이 눈길을 끈다.

김표향 기자 suzak@h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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