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에 막말’ 하태경 징계에 내홍 격화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바른정당계 하태경 최고위원 징계 건으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바른정당계는 “반대파를 쳐내려는 손학규 대표의 비열한 작태가 되풀이됐다”며 19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징계의 부당성을 성토하고 손 대표 퇴진을 논의했다. 이에 손 대표 측이 “이번 징계는 보따리 싸서 당을 떠나달라는 신호탄 격”이라고 맞서면서 분당이 예고된 당의 처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당의 갈등은 전날 당 윤리위원회가 하 최고위원에 내린 직무정지 6개월 처분 중징계 의결로 격화됐다. 올 5월 손 대표를 향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이라고 발언한 게 징계 사유였다. 이번 징계로 손 대표 측인 당권파 4명과 비(非) 당권파 5명으로 구성된 최고위는 ‘4 대 4’가 되는 상황이 됐다. 당헌ㆍ당규상 동수에선 당 대표가 최종 결정권을 쥐게 돼 결과적으로 손 대표의 당 장악력이 강화되는 셈이 됐다.
이에 반발한 유승민 전 대표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윤리위 결정의 효력을 문제 삼으며 최고위 차원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긴급 안건상정 요구서를 제출했다. 앞서 오신환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 과반인 5명이 윤리위를 불신임한 상태에서 내려진 징계 처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당분간 하 최고위원의 직무 유지를 둘러싼 계파 간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 퇴진론은 한층 거세졌다. 유승민 의원은 의원총회 참석 뒤 “정당민주주의를 파괴한 행위”라며 “손 대표께서 정치를 이렇게 추하게 할지 몰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앞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이 이렇게 된 이상 더는 손 대표와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손 대표와 죽는 길을 갈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지 모든 당원이 함께 결정해야 할 것”이란 말도 보탰다.
손 대표 비판에는 국민의당 출신 이동섭 의원, 심지어 손 대표 측근인 문병호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이 의원은 “손 대표가 너무 망가졌다. 민주주의 원리도 모르는 사람이 당 대표라는 데 가슴이 아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추석 전 10% 지지율이 안 나오면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문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 통합이 시급한 과제인 때에 징계가 적절했는지 의문”이라며 “당권파든 퇴진파든 당 통합에 누가 되는 것은 해당 행위”라고 밝혔다.
손 대표의 퇴진 거부 뜻이 워낙 완강해 결국 비당권파의 탈당만이 남은 게 아니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사실상 달라질 것은 없다”며 “바른정당계가 당을 나가는 선택지만 남은 듯하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복당이나 제3지대 형성, 신당 창당 등 여러 형태로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갈라서는 정계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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