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결정에도 개정안 논의 전무
2020년 효력 상실로 법적 공백 우려
최악의 미제 사건이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확인한 1등공신인 일명 ‘DNA법’이 무력화 위기에 놓였다. 16만 범죄자 정보를 담은 유전자(DNA) 데이터베이스(DB) 확보의 근거가 되는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국회 논의가 없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2020년부터는 강력범죄자 DNA 정보를 추가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경찰이 화성연쇄살인 용의자를 33년만에 특정할 수 있었던 데는 DNA DB가 주효했다. 경찰이 보관하고 있던 피해자 속옷에서 용의자의 DNA를 채취한 다음 대검찰청 DB에 보관하고 있던 수형자들의 DNA와 대조 분석해 부산교도소에 수감중인 유력 용의자 이춘재(56)를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33년 동안 특정하지 못했던 용의자를 DNA DB 분석을 통해 단시일에 찾아낸 셈이다.
사건의 핵심 실마리가 된 DNA 정보를 미리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은 DNA법 덕분이다. 이 법은 살인이나 아동, 청소년 성범죄 등 재범 우려가 높은 범죄인의 DNA를 채취, 보관해 검거에 활용한다는 취지로 마련돼 2010년부터 시행됐다. 이를 근거로 지난달 기준 강력범 16만9,180명의 신원확인정보가 수록됐고 수사에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 시행 후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헌법 소원 끝에 지난해 9월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한 번 채취된 DNA는 수사기관에 영구 보관되는데 법원이 DNA 채취 영장을 발부하거나 검찰이 DNA 채취를 할 때 대상자로부터 의견을 듣거나 불복하는 절차가 없는 법 조항이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위헌이라는 게 당시 헌재의 판단이었다.
헌법불합치는 위헌으로 해당 법률을 바로 무효화하면 법의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국회에 시한을 주고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결정이다. DNA법의 경우 국회에서 2019년 12월 31일까지 헌법불합치 취지대로 개정안을 마련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입법 논의는 전무한 상태로 확인됐다.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2020년부터는 법적 근거 상실로 DNA 채취가 전면 금지된다. 강력 범죄에 대한 과학수사가 보편화하고 DNA 채취기법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법적 공백이 생길 경우 과학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프로파일러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DNA 기술이 수사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에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영장 발부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구제 절차 등 미세 조정안을 마련해 본래 입법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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