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해지는 인구 고령화, 그에 대비하기 위한 연금 개혁으로 골머리를 썩이는 건 전 세계의 주요국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연령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뾰족한 해결책을 수립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다.
유럽의 핵심 국가인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2017년 집권 후 노동 개혁의 성과를 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제 ‘연금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된 골자는 직업별로 다른 42개의 복잡한 연금 체계를 단순화하고, 부담금을 늘리는 반면 지급액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게 마크롱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연금 수급 연령이 높아지거나, 지금보다도 ‘더 내고 덜 받게’ 되는 직업 종사자들은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파리 지하철노조가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의 총파업에 나섰고, 16일엔 변호사ㆍ의사 등 전문직들도 반대 집회를 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하반기 퇴직연금 개혁법안 발의를 목표로 대국민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타협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연금 개혁 반대 여론은 67%에 달한다.
복지국가의 이상적 모델로 꼽히는 핀란드의 경우, ‘저출산ㆍ고령화’의 위기에 맞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6년 기준 가임기 여성의 합계출산율(1.65명)이 유럽 내에서 가장 낮은 데다, 2070년에는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 비율이 9%, 65세 이상은 30%에 각각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고령자에 투입되는 연금ㆍ의료비 부담을 줄이고자 20년 전부터 대비책을 마련해 왔지만, 국민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급기야 2003년부터 집권해 온 중도 우파 연정은 지난 4월 총선에서 ‘4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으며 무너지기도 했다.
세계 최대 인구대국인 중국도 정년연장과 연금개혁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1.9%로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된 반면, 신생아 수는 매년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책 마련의 갈피조차 못 잡고 있다. 지난 4월 관영 싱크탱크 사회과학원은 “이르면 2020년, 늦어도 2028년부터 양로보험기금(우리의 국민연금)이 적자로 돌아서서 2035년엔 재원이 바닥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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