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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감급 전염병, 지금 퍼지면 8,000만명 죽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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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감급 전염병, 지금 퍼지면 8,000만명 죽을 수도"

입력
2019.09.19 16:45
수정
2019.09.19 20: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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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첫 발병 이후 에볼라가 1년째 유행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보건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북동부 도시 베니에서 에볼라 희생자들을 매장하고 있다. 민주콩고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 약 1년간 에볼라로 인해 2,000명이 넘게 목숨을 잃엇다. 베니=EPA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첫 발병 이후 에볼라가 1년째 유행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보건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북동부 도시 베니에서 에볼라 희생자들을 매장하고 있다. 민주콩고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 약 1년간 에볼라로 인해 2,000명이 넘게 목숨을 잃엇다. 베니=EPA 연합뉴스

한 세기 전인 1918년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창궐한 ‘스페인 독감’은 2년여 만에 전 세계로 퍼지며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제1차 세계대전 희생자보다 세 배는 많은 수였다. 그런데 오늘날 비슷한 수준의 전염병이 유행할 경우 불과 36시간 만에 전 세계로 확산돼 최대 8,000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세계 경제의 5%를 파탄 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무시무시한 경고가 나왔다.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ㆍ세계은행 공동조직인 세계준비감시위원회(GPMB)는 18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가상 시나리오’를 전하며 “세계는 판데믹(Pandemicㆍ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에 준비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판데믹의 실체적인 위협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대응책은 “전적으로 미비하다”는 것이다.

2014년 에볼라 사태 이후 창설된 GPMB는 이번 조사를 위해 2011~2018년 사이 세계에서 발생한 전염병 사례 1,483건을 추적했다. 전 WHO 사무총장인 그로 할렘 브룬트랜드 박사는 “오랜 기간 우리는 판데믹에 대해 ‘공황’과 ‘방치’의 상황을 오갔다”라면서 “심각한 위기가 닥치면 대응을 늘렸다가, 위협이 잠잠해지면 빠르게 잊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염병은 물론 인류사에서 항상 존재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교통기술 발달 △인구밀도 증가 △기후변화 등의 요인으로 판데믹에 대한 취약성이 더 크다고 보고서는 말한다. 한 예로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지속될 경우 30년 후에는 지카ㆍ뎅기 바이러스 같은 모기 감염병이 유럽과 미주 지역까지 확산돼 10억명이 이들 질병에 새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보건 인프라가 부족한 빈국들이 전염병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며 지난해 8월 에볼라 첫 발병 이후 나라가 황폐화된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사례를 언급했다. 민주콩고에서는 보건 당국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뿌리 깊어, 질병 대응에 차질이 있을 뿐 아니라 종종 보건 의료 인력에 대한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에볼라로 2,000명이 넘게 숨졌고, 별도로 올해부터 번진 홍역 탓에 현재까지 3,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에볼라ㆍ콜레라ㆍ홍역 등 가장 심각한 질병은 보통 가장 취약한 보건 시스템을 가진 곳에서 발생한다”면서 “비가 오기 전 지붕을 수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악셀 반 트로센버그 세계은행 총재 대행도 “빈곤과 취약함은 전염병 발생을 악화시키고, 유행병이 퍼지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올해 7월 기준 전 세계 59개국에서 국가보건 행동계획을 세웠지만, 어느 곳에서도 재정 투입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지도자들이 △각국의 보건시스템 강화 △판데믹 진행 상황 정례 점검 △취약 국가에 대한 국제 원조 활성화 △유엔의 국제 공조 메커니즘 강화 등 7개의 구체적인 대응 조치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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