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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멀어진 국가대표 데뷔… 그래도 정윤성은 라켓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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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멀어진 국가대표 데뷔… 그래도 정윤성은 라켓을 놓지 않았다

입력
2019.09.19 15:23
수정
2019.09.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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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성이 12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센터 테니스 스타디움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정윤성이 12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센터 테니스 스타디움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응원하러 어머니가 중국까지 오셨는데... 제가 뛰어서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쉽죠.”

한국과 중국의 남자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예선 경기가 벌어졌던 지난 15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센터 테니스 스타디움. 치열했던 복식 경기가 끝나고 관중들이 경기장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다음 단식 경기가 시작되기 전 점심 식사를 위해서였다.

텅 빈 경기장에 한 선수가 라켓을 들고 메인 코트에 들어섰다. ‘앙팡 테리블’ 정윤성(21ㆍCJ후원ㆍ의정부시청ㆍ279위)이었다. 정윤성은 유니폼이 흠뻑 젖을 때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는 식사시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그가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이날도 정윤성의 국가대표 데뷔는 성사되지 못했다.

정윤성은 한국 남자테니스에서 현 세계랭킹 기준 정현(23)과 권순우(22), 이덕희(21) 다음 가는 선수로, 황금세대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이다. 178cm의 키에 80kg의 다부진 몸에서 나오는 강력한 포핸드, 시속 220km가 넘는 서브가 일품이다. 주니어 때는 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 랭킹 3위까지 오른 유망주다. 2017년 프로로 전환, 지난해 첫 퓨처스 대회 우승과 함께 챌린저(2부) 4강에 오르는 등 점차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태극마크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정현의 부상 제외로 한국 선수 중 랭킹 순위로만 3위였는데도 6명을 뽑는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이번 데이비스컵에서도 정현과 이덕희가 빠지며 권순우와 함께 2명의 단식 주자로의 선발이 확정적이었으나, 정희성 대표팀 감독의 선택은 정윤성이 아닌 남지성(26)이었다.

정윤성(가운데)이 15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센터 테니스 스타디움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정윤성(가운데)이 15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센터 테니스 스타디움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15일 구이양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정윤성은 “정말 이번에는 뛴다는 확신을 하고 왔고, 컨디션도 어느 때보다 좋았기에 너무나 실망스럽다”며 “상대였던 중국의 리제(33)도 이겨봤던 상대라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윤성은 상대 전적에서 중국의 에이스 리제에 2승1패로 앞서 있는 데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 부산 챌린저 1회전에서도 2-1로 승리한 바 있었다. 정윤성은 “어쩔 수 없다. 랭킹을 더 많이 올리는 수밖에”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정윤성의 마음이 더 무거웠던 건 어머니가 자신의 첫 국가대표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중국까지 어려운 걸음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래도 어머니가 ‘시합은 못 뛰었지만 실력이 좋아지는 걸 보니 기분은 좋다’고 위로해주셨다”며 “제 0순위는 테니스를 잘 쳐서 부모님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정윤성은 다시 ‘시작’을 외쳤다. 가까운 목표는 챌린저 단식 우승과 세계 100위권 진입이다. 그는 “사실 서브보다 서브 바로 다음 포핸드에 더 자신 있다”며 “코트 안에선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파이팅이 큰 만큼 꼭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테니스 선수로서의 꿈을 물었더니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롤랑가로스에서 라파엘 나달을 이겨보고 싶다”는 대답이었다. 허황된 꿈일 수 있지만, 정윤성만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는 “정말 이기기 불가능한 ’최고’를 꺾어 보겠다는 뜻”이라며 “언젠가는 톱10 선수가 돼서 ‘테니스의 손흥민’이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15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의 한 호텔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15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의 한 호텔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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