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구는 모든 생명이 다 사라지는 멸절 위기에 놓여 있다. 앞서 다섯 번의 대멸절은 천재지변으로 인해 벌어졌지만, 이번에는 인간이 주범이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 파괴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생명들은 죽어간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00년 안에 지구 생물 가운데 절반이 멸종할 것이란 얘기마저 나온다.
‘포토 아크(Photo Arkㆍ사진 방주)’는 사라지는 동물들의 생전 모습을 초상화처럼 기록한 사진집이다. 그렇다고 이걸 죽음의 목록으로 봐선 안 된다. 성경 창세기편에서 노아는 대홍수를 피하기 위해 모든 생물의 암수 한 쌍씩을 방주에 옮겨 참화를 면했다. 이 책 역시 멸종 위기에 처한 1만 2,000여종을 사진이라는 방주에 태워 영원히 살아남게 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사진작가이자 생물 다양성 보전 활동가인 조엘 사토리가 2006년 여름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시작으로 9월 현재까지 쿠바홍학, 자바코뿔새, 붉은가슴도요 등 이름조차 낯선 생물 9,500여종의 촬영을 마쳤다. 이들 사진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등 14개국에서 동시에 전시되기도 했다.
한결같이 배경은 없다. 사진을 오롯이 채우는 건 생물들의 선명하고 강렬한 눈빛과 표정, 몸짓뿐이다. 사진 속 그들은 인간과 닮아 있다. 호기심 가득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닌 아기 침팬지, 두 눈 가득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르는 눈물을 품은 고릴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한껏 포효하는 표범. 그들은 사진 속에서 ‘살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었다.
때때로 잊고 있지만 인간 역시 이들과 다를 바 없는, 한 배를 타고 있는 생물종의 하나다. 다만 인간은 멸종의 궤도를 바꿀 능력이 있다. 인간은 멸종의 위기를 멈추고 이들과 함께 살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포토 아크’ 맨 마지막 목록에 인간의 영정 사진이 걸리게 될지 모른다. 사진 속 생명들이 보내는 구조신호는 인간을 향한 또 다른 경고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포토아크
조엘 사토리 글, 사진ㆍ권기호 옮김
사이언스북스 발행ㆍ400쪽ㆍ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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