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50억 대작’이다. 타이틀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았던 SBS의 기대작 ‘배가본드’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역대급 제작비가 투입됐음은 물론, 첩보액션부터 정치 스릴러까지 다양한 서사로 구성된 ‘블록버스터 급’ 작품인 만큼 ‘배가본드’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특히 작품의 중심에 서 있는 두 남녀 주인공, 이승기와 수지에 쏠린 이목의 무게는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이승기는 tvN ‘화유기’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수지는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후 2년 여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실로 오랜만에 안방극장 나들이에 나선 두 사람이 ‘대작’의 손을 잡았다.
모두의 기대 속에 출발선상에 선 ‘배가본드’가 어떤 방향이 됐든, 그들의 커리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건 분명하다.
△이승기, 2년 연속 대상 안고 SBS의 ‘가슴으로 낳은’ 아들 될까
우선 이승기의 경우 이번 작품으로 전역 후 첫 작품이었던 ‘화유기’가 남겼던 아쉬움을 씻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지난 2017년 이승기가 복귀작으로 선택했던 ‘화유기’는 방송 내내 스태프 안전미흡, CG 방송 사고, 홍자매 표절 논란 등 각종 구설수에 휩싸였던 바 있다.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이승기는 자체최고시청률 6.9%를 견인하는 데 큰 몫을 해냈지만, 전역 후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시점에서 ‘화유기’는 상당한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다.
‘배가본드’의 흥행과 대중의 호평이 배우 이승기에게 있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전역 전 배우로서 승승장구 해 왔던 이승기가 다시 배우로서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작의 흥행’ 한 방이 절실하다.
또 현재 이승기가 출연 중인 SBS 예능 ‘리틀 포레스트’의 시청률이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의 흥행은 본인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강력하게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전역 후 출연작들의 성적이 다소 아쉽더라도 여전히 이승기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강력하다. 만약 ‘배가본드’가 흥행에 성공하고, 이승기가 흥행을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면 향후 연기 활동에 있어 이승기의 스펙트럼은 눈에 띄게 넓어질 것으로 예상 된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벌써부터 방송가에서는 ‘배가본드’를 통해 이승기가 올 연말 SBS 연기대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배가본드’가 250억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채널의 하반기 최대 기대작인 만큼, 이번 작품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며 흥행까지 성공시킨다면 이승기의 연말 수상도 기대해봄 직 한 상황이다. 이승기가 올해 SBS 연기대상을 수상한다면 지난 해 ‘집사부일체’로 연예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SBS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올 상반기 SBS 금토드라마의 스타트 라인을 끊으며 역대급 시청률 기록을 세운 ‘열혈사제’가 버티고 있는 만큼, 결코 쉬운 경쟁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만약 ‘배가본드’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방송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다만, 우려점 역시 존재한다. 역대급 예산이 투입됐다는 소식과 함께 기획 단계부터 ‘기대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작품인 만큼 흥행이나 작품성 평가에 있어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낳았을 경우, 메인급 주연 배우인 이승기가 안아야 할 리스크 역시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 이승기는 제작발표회 당시 “원래 부담감이란 ‘이게 잘 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는데, 모든 환경이 완벽하게 준비돼 있고 대본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가장 높은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연출을 해 주셔서 부담이 거의 없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려보단 기대를 당부한 그의 자신감이 어떤 결과를 받아들 지, 이목이 집중되는 바다.
△수지, ‘당잠사’로 겨우 뗀 ‘연기력 논란’ 꼬리표. 관건은 ‘장르물 첫 도전’
수지의 경우, ‘배가본드’가 연기력 논란을 완벽히 불식시킬 작품이 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지난 2011년 걸그룹 미쓰에이로 활동 당시 드라마 ‘드림하이’를 통해 첫 연기 신고식을 치렀던 수지는 이후 드라마 ‘빅’ ‘구가의 서’ ‘함부로 애틋하게’, 영화 ‘건축학개론’ ‘도리화가’ 등 다수의 작품에서 줄곧 여자 주인공 역할을 꿰차며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넓혀 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2016년 ‘함부로 애틋하게’ 출연 당시까지 수지에게는 늘 ‘연기력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다소 어색한 감정 표현과, 부정확한 딕션 등은 매 작품 수지의 연기력 논란에 불을 지폈고 작품마다 여주인공 롤을 도맡는 수지에 대한 대중의 시선 역시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연기에 대한 도전을 이어온 수지는 지난 2017년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이하 ‘당잠사’)를 통해 드디어 자신에게 붙은 꼬리표를 떼는 데 성공했다. 수지는 ‘당잠사’ 당시 남홍주 캐릭터를 통해 ‘인생작’ ‘인생캐’라는 호평을 받으며 어엿한 배우로서의 성장을 알렸다. 수지는 당시 해당 작품으로 ‘2017 SBS 연기대상’에서 수목드라마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일련의 성과를 거둔 지 2년 째, 수지는 ‘배가본드’를 통해 안방극장 귀환을 알렸다. 그 사이 수지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데뷔 이후 9년 간 몸담았던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올해 초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인 매니지먼트 숲으로의 이적을 알린 것이다. 가수 활동보다는 배우 배수지로서의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그의 뜻을 엿볼 수 있는 행보다. 자연스럽게 이적 후 첫 작품인 ‘배가본드’ 속 수지의 모습에 이목이 집중됐다. 여러모로 이번 작품이 수지의 연기 커리어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음이 분명하다.
전작에서 연기력 논란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던 덕분에 이번 작품에 대한 부담은 어느 정도 던 것은 사실이나, 우려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지의 경우 앞서 출연했던 대부분의 작품이 로맨스 연기가 중심이 됐던 바. 제대로 된 장르물, 그것도 수백억 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급 작품에서 로맨스를 뺀 장르 연기를 선보인 적은 없다는 점은 그녀에 대한 걱정을 아직 온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한 번 더 성장한 연기력을 입증하기만 한다면, 2년의 공백기 끝 ‘배우’로 우리 곁에 돌아온 수지의 미래는 꽤나 밝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민 첫사랑’ 수지가 가진 스타성이야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과연 수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영리하게 자신의 몫을 챙기며 성장을 거듭할 수 있을까. 대중부터 업계 관계자들까지, 수많은 눈들이 ‘배가본드’ 속 수지의 연기 변신에 쏠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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