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22일까지 열리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EB 하나은행 코리아오픈(25만 달러)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선수들은 서울을 두고 “대회가 끝나도 즐거운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좋은 성적을 거둬 포인트나 상금을 쌓는 게 주된 목적일 테지만, 일찍 탈락하더라도 쇼핑과 맛집 투어 등 즐길 거리가 많아 아쉬움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란 게 선수들 얘기다. 같은 기간 중국 광저우(총상금 50만 달러), 일본 오사카(823만 달러)에서 상금 규모가 더 큰 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상위 랭커들이 한국을 택하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아쉽게 1회전에서 탈락한 재작년 이 대회 우승자 엘레나 오스타펜코(22ㆍ라트비아)는 대회 막판까지 서울에 머물면서 식도락을 즐기고 있다. 19일 오스타펜코는 “(전날까지)’코리안 바비큐’를 3일 연속 먹었다”며 웃었다. 해외 선수들이 말하는 코리안 바비큐란 불 위에 한우나 돼지고기를 구워먹는 것. 한국을 몇 차례 찾다 보니 이젠 해물전의 매력도 알아가고 있단다.
오스타펜코 뿐 아니다. 17일 오스타펜코를 꺾은 티메아 바보스(26ㆍ헝가리)는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다녀온 친구로부터 한국의 매력을 듣고 기대가 크다”며 “호텔에 만족하고, 대회 후 한국을 조금 더 즐기고 싶다”고 했다. 코리안 바비큐의 환상적인 식감부터 다양한 쇼핑 장소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받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 아일라 톰랴노비치(26ㆍ크로아티아) 역시 “여러 대회를 다녀보니 이번 아시안투어 개최지 가운데 서울이 가장 좋은 곳이라 판단했다”며 “지난해 경기 결과도 좋았지만, 경기 이후의 시간이 좋았다”며 한국을 다시 찾은 이유를 밝혔다. 1년 전 ‘잠실의 추억’을 일일이 털어놓던 그는 이번 대회 후엔 어떤 음식을 즐기면 좋을지 취재진에게 물었다. 떡볶이 등 ‘매운 음식’을 추천하자, “나 또한 매운 음식을 즐기는 편”이라며 기뻐했다.
대회 지정호텔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선수들이 묵는 롯데호텔월드가 특별히 시설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호텔과 연결된 롯데월드몰의 쾌적한 쇼핑환경과 롯데월드타워의 전망이 선수들에겐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모양이다. 대회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숙소와 대회장 거리가 가까워 만족도가 더 높은 것 같다”고 했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유일한 WTA 대회라 성적이나 상금보다 문화나 팬, 여가환경에 가치를 두는 선수들에겐 방문가치 희소성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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