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기에 北 해안서 먹이활동
번식 후엔 中까지 북상 첫 확인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서식하는 괭이갈매기가 번식기에 주로 북한 지역으로 올라가 먹이활동을 하고, 번식이 끝난 뒤 중국까지 이동한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조류가 일반적으로 월동을 위해 번식지보다 남쪽으로 이동하는 현상과는 정반대여서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올 4월 인천 옹진군 소청도에 문을 연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는 지난 6∼8월 백령도에서 번식하는 괭이갈매기의 이동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 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진은 괭이갈매기의 행동권과 이동경로 연구를 위해 백령도 괭이갈매기 집단 번식지에서 어미새 6마리에 위치추적발신기를 부착한 뒤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괭이갈매기는 몸길이 약 47㎝, 날개를 편 길이 124㎝, 체중 540g의 중형 갈매기다 주로 우리나라 무인도에서 집단 번식하는 텃새로, 백령도에서 번식하는 괭이갈매기의 생태 연구는 이번에 처음으로 이뤄졌다.
이번 연구로 백령도 괭이갈매기 번식 집단이 먹이터로 북한 해안지역을 주로 이용하며, 번식이 끝난 뒤에는 북한 해안을 거쳐 북상해 중국 해안까지 이동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연구 대상 괭이갈매기들은 백령도 동쪽의 황해남도 대동만을 따라 태탄의 간척지까지 오갔다. 또 백령도 북동쪽 황해남도 장연군 남대천을 따라 내륙으로 약 25㎞ 지점까지 이동했다가 백령도로 돌아오는 것도 확인됐다.
이 가운데 두 마리는 번식이 끝나고서 중국 해안까지 이동했다. 한 마리는 7월 13일부터 북한 연안을 따라 올라가 같은 달 17일 이후 현재까지 백령도 북쪽 약 210㎞ 지점인 중국 랴오닝성 둥강시 해안에 머무르고 있다. 다른 한 마리는 6월 25일부터 8월 4일까지 평안북도 철산군 해안에 있다가 다음날부터 이동하기 시작해 중국 다롄시 해안에 도착했다.
박진영 국가철새연구센터운영팀 연구관은 “일반적으로 조류는 겨울에 월동을 위해 번식지보다 남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라며 “향후 괭이갈매기의 월동지역이 어디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철새와 서식지 보전을 위해 이뤄졌다. 박 연구관은 “국내 서식 조류의 번식지와 월동지, 중간기착지 이동추적 자료를 축적하는 것은 철새와 서식지 보전에 중요하고 기후변화, 질병, 환경변화 영향 등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에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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