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인터뷰서 “공상 처리는 명예마저 빼앗는 것” 호소
수색작전 중 북한의 목함지뢰에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가 국가보훈처에 서운한 감정을 밝혔다. 국방부가 전상(전투나 그에 준하는 행위로 입은 부상) 처리한 것을 공상(공무수행 중 부상)으로 뒤집었고,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 후에도 해명하는 연락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하 중사는 보훈처가 전상 처리를 하지 않는다면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 중사는 19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3일 공상 판정 통보 이후 논란이 되고 나서도 “보훈처에서 개인적으로 연락 온 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보훈처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재심의 절차를 진행한다고 발표한 것도 “다른 기자를 통해 들었다”고 했다. 해명과 향후 진행계획 등을 본인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재심에서도 전상으로 판정이 안 나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하 중사는 “마지막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건 소송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보훈처에서 저희 사건은 교전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천안함 사건 역시 교전 없이 북한의 소행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생긴 것”이라며 “그런데 천안함 사건은 전상 처리가 됐고, 저희는 공상 처리로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안함 생존자 분께 비교해서 이야기를 해도 되겠나 양해를 구했는데 생존자도 ‘당연히 너희도 전상인데 왜 공상인지 모르겠다’며 흔쾌히 허락해줬다”고 전했다.
하 중사는 “‘돈이 얼마나 차이 나기에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상과 공상의 차이는 특별하게 없다. 연금만 5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며 명예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사고 이후 양쪽 다리와 제대로 된 삶을 잃었다. 남은 거라곤 군과 국민들이 인정해주는 명예밖에 없는데 공상 처리를 한다는 것은 저희의 명예를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훈처에 대해 하 중사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 그런 대우를 해주기 위해 만든 곳이 보훈처”라면서 “(그 분들에 대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대우를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하 중사는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 중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양쪽 다리를 잃었다. 하 중사는 1년간 21차례 수술을 받고 회복해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 근무하다 올해 1월 31일 국방부의 전상 판정을 받고 전역했다. 그가 낸 국가유공자 신청에 대해 보훈처는 현행 유공자법 시행령에 지뢰 피해자를 전상자로 판단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달 공상 판정을 내렸다. 하 중사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북한 목함지뢰 도발사건. 저의 명예를 지켜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며 보훈처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사연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보훈처에 판정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