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민들은 시민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성 높은 시민 공간이 되기를 원하지만, 시민 공간으로 만들기가 어렵다. 사진은 인천 내항 8부두 곡물창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땅은 다른 재산과 달리 새로 만들어낼 수 없고, 땅의 사용 행태는 땅 주인뿐만 아니라 땅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땅은 다른 재산에 비해 재산권 제약이 많다. 이는 우리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우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유지를 수용하기도 하고, 개발을 제한하기도 하고, 용도를 지정하기도 한다.

토지는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갖고 있지만, 사유지는 상대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이 많이 보장된다. 그에 반해 나라 땅은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하여 관리하고 사용해야 한다. 나라 땅은 국민 모두가 함께 소유하고, 함께 사용하는 땅이다.

그런데 나라 땅이라고 부르는 땅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유 주체가 다르다. 어떤 땅은 국방부나 해양수산부 같은 중앙정부가, 어떤 땅은 지방정부가, 어떤 땅은 공사가 갖고 있다. 모두 법률에 의해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사용이 제한된다. 그래서 이런 땅들을 뭉뚱그려 국공유지라 부른다. 국공유지는 공공의 이득을 위해 사용하면 될 것 같지만, 땅의 소유 주체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10여년 전, 부산 하야리아 부대 반환이 결정되었을 때, 부산 시민들은 공원을 만들고 싶었지만 땅 소유주인 국방부는 경제적 이득을 원했다. 중앙정부는 공원을 원한다면 부산시가 땅을 모두 매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특별법을 만들면서 ‘국방부가 요청한다면 토지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으려고도 했다. 고밀도 개발이 가능한 용도로 바꾸어 비싸게 팔려는 의도였다. 100여년 동안 외국 부대가 사용하던 땅을 돌려받을 생각에 기뻐하던 부산 시민들은 황당했다. 나라 땅인데 시민을 위한 공원을 만들려면 또 사야 한다니. 부산시가 땅을 매입한다면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땅의 상당 부분을 개발해야 했다. 결국 우여곡절을 거쳐 특별법의 독소조항은 빠졌고, 부지 매입 비용의 30%를 부산시가 부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부산 시민들은 시내 중심가에 넓은 공원을 갖게 됐다.

공원을 놓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에 또 다른 대립이 있었다. 2000년, 도시계획법이 개정되면서 ‘공원부지로 지정은 했지만 지정 후 20년 안에 지자체가 매입하지 않으면 공원부지에서 자동으로 해제’되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전체 공원부지의 40% 이상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이 땅을 사려면 40조원이 넘는 돈이 필요했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는 국공유지를 매입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했다. 매입 대상 부지의 25% 정도가 국공유지였다. 중앙정부는 계속 못 들은 척하다가 일몰제 첫 적용을 1년 앞둔 올해에야 대답을 내놓았다. 국공유지의 경우 10년의 시간을 더 주겠다는 것이다.

‘공사’ 소유 땅은 엄밀히 말하면 국공유지가 아니지만, 각 공사에 적용되는 법률에 의해 땅의 사용이 제한된다. 철도공사가 땅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 땅은 철도와 관련된 용도로 사용해야 하는 식이다. 그런데 폐선이 되고 나면 그 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인천 내항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항만이 지자체 소유인 유럽의 많은 도시와 달리, 인천 내항의 땅 소유주는 해수부가 출자한 인천항만공사다. 시민 출입이 금지됐던 인천 내항은 항구 기능이 약화되면서 항구를 폐쇄하고 시민의 일상에 편입하려 한다. 인천 시민들은 시민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성 높은 시민 공간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땅 소유 관계다. 나라 땅이라고 생각하지만 인천항만공사의 땅이다. 땅은 더 이상 항만으로 사용하지 않겠지만, 땅 주인은 어느 정도의 수익 보장을 원한다. 소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뭐든 높이 지어 팔 수밖에 없다.

나라 땅인 줄 알았는데, 시민 공간으로 만들기가 힘들다. 나라 땅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땅은 누구 땅일까?

최성용 도시생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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