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교수 “좀더 공격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돼”
경기 파주와 연천에서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 국내에서 돼지가 멸종되고 양돈산업도 끝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렇게 주장한 전문가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의심지역 돼지를 예방적으로 살처분하는 등 좀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사율이 100%에 달하기 때문에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한국의 양돈산업은 끝이 난다고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경북 칠곡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의심 돼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문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연천, 파주는 비교적 근거리이지만 칠곡은 굉장히 먼 거리다. 이 이야기는 인간, 즉 차량을 통해서 전파가 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미 퍼졌다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확산 이후의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문 교수는 “중국에서 발병한 지 8~9개월 지났는데 추측하건대 중국 농가가 보유하고 있는 어미돼지의 3분의 1 정도는 병에 걸려 죽었다고 보고 있다”며 “1년, 2년 후 중국에 과연 돼지가 몇 마리 남아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동유럽 쪽도 문제가 심각해서 특히 구소련 연방국가들은 양돈산업이 거의 절멸상태”라고 설명했다.
돼지고기 거대 소비시장인 중국의 소비량은 계속 늘고 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으로 전세계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어 가격 폭등은 피할 수 없다. 문 교수는 “최악의 경우 돼지고기 수입을 하기 어렵거나 냉동 돼지고기를 한우에 준하는 가격으로 수입해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 교수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좀더 강력한 방역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이동 금지 조치를 하고 지켜보자는 것이 현재 방침인 것 같은데, 좀더 공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진 농장들에 들어갔던 차량의 동선 안에 들어가 있는 다른 농장들도 다 방역의 범위 안에 집어넣어야 한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살처분을 해서라도 막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있는 돼지를 다 죽여야 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돼지가 멸종하는 것을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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