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993년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국내 최고 미제사건의 하나였다.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으로 불리던 사건인 만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자체가 악몽이 아닐 수 없다. 범인을 잡겠다는 경찰의 끈질긴 의지와 비약적으로 발달한 과학수사 덕분에 33년 만에 해결의 전기를 맞았다.

경기남부경찰청이 18일 지목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다른 사건으로 복역 중인50대 A씨다. 현재 나이를 역산하면 A씨는 범행 당시 20대로 추정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71세 노인부터 10대 학생들까지 모두 노인이나 여성 등 신체적 약자였다. 당시 경찰은 성폭행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여성과 용의자가 탔던 버스 운전사 등의 진술을 토대로 20대 중반 나이에 키가 165∼170㎝인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성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중 한 사체가 발견됐던 병점역 부근 농수로. 한국일보

과거 경찰이 공개한 용의자 몽타주에 나타난 범인의 인상착의 또한 '갸름하고 보통체격' '코가 우뚝하고 눈매가 날카로움' '평소 구부정한 모습' 등으로 표현돼 있다. 보통 체격은 이 사건을 다룬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에도 대사로 나올 정도다. 외견상 두드러진 특징이 없었다는 의미다.

현재 경찰 발표로만 보면 화성 연쇄살인사건으로 분류된 10건의 미제 사건을 모두 A씨가 저질렀다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범행수법이 유사한 점으로 미뤄 A씨 소행일 가능성은 물론, 화성 이외 지역 미제 사건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 1년간 발생하는 살인사건은 대략 300건이다. 과거에도 강력 사건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살인과 같은 강력 사건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살인범이 빠져나갈 구멍을 진일보한 과학수사와 전국에 깔린 CC(폐쇄회로)TV가 메웠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살인사건은 총 301건 벌어졌는데, 범죄자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현재 캐비닛 속에 잠들어 있는 미제사건은 대부분 2000년 전에 벌어진 사건이다. 경찰이 미제사건을 재수할 때도 공소시효 제도를 적용 받지 않는 2000년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을 재수사했다. 총 275건인데 이는 전체 살인사건의 3.5% 수준이다. 공소시효가 지난 화성연쇄살인사건’이나 ‘개구리 소년 사건’은 사실상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3대 미제사건으로 꼽히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를 특정하면서 “살인사건은 경찰이 포기하지 않는 한 결국 범인은 밝혀진다”는 말이 증명됐다. 경찰 관계자는 “미제사건은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사건일 뿐 해결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며 “이번 사례처럼 언제든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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