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8일 “4년 전 삼성의 경고가 엄살이 아니다. 과거 경쟁력 있던 경제 분야가 급속히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은 “단순히 제조를 잘하는 단계에서 창의적 개념설계를 잘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의 경제라인이 일제히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 ‘세계 경제 흐름과 한국 경제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실장은 “4년 전 삼성에서 '5년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산업분야가 D램밖에 없지 않느냐. 가전ㆍLCD 분야의 국내 생산 경쟁력도 거의 끝나간다’고 했을 때 엄살이 아니었나 생각했다”며 “4~5년 경과하고 나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과정, 비메모리에서 시스템반도체로 돌아서는 과정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고 박찬대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당시 삼성의 전망을 엄살이라고 진단했는데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김 실장은 국내 성장모델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500대 기업 중 과거 20년간 신규 진입한 기업 수가 80여개 정도인데 재벌금융을 제외하면 새로운 기업이 별로 없다"며 "역동성이 없다는 게 우리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노력의 가치가 나타나지 못하는 부분까지 같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실장을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노동시장 변화와 교육개혁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어 이정동 특보는 “우리는 추격형 기술 개발을 통해 제조국가로 성장해왔는데 아쉬운 부분은 창의적 개념 설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단순 제조하는 단계에서 창의적 개념 설계를 통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특보는 특히 “시행착오를 계속 거듭해나가는 건 공공재다. 비용 부담 없이 시행착오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예산, 재정 지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강조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이날 경제를 화두로 꺼낸 배경은 ‘조국’에서 ‘민생’으로 여론 전환을 시도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민주당은 일본 수출규제 대응 경제활성화 방안을 비롯해 238개 중점처리 법안을 선정했다. 이해찬 대표는 워크숍에서 “여러 가지 대외적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 같지만 정부·여당이란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여건 속에서도 민생이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정부와 당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당을 흔들려는 이상한 뉴스들이 있지만 흔들리지 말고, 총선까지 당을 잘 이끌어주길 기대한다”고 내부 결속을 다졌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김민준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