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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설 공습, 사이버 공격… 대이란 ‘보복 조치’ 저울질 나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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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설 공습, 사이버 공격… 대이란 ‘보복 조치’ 저울질 나선 미국

입력
2019.09.18 17:41
수정
2019.09.19 00: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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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지도부, ‘군사적 옵션’ 제시… 트럼프 “더 많은 선택지 찾아보라” 주문

트럼프 “이란 대통령 안 만나”… 펜스도 “장전 완료”ㆍ폼페이오는 사우디行

지난 14일 드론(무인기) 및 미사일 공격을 당한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쿠라이스 유전의 모습. 미국 정부와 디지털글로브가 15일 공개한 사진이다. EPA 연합뉴스
지난 14일 드론(무인기) 및 미사일 공격을 당한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쿠라이스 유전의 모습. 미국 정부와 디지털글로브가 15일 공개한 사진이다. EPA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피격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에 대해 미국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란 석유시설 또는 이란 혁명수비대(IRG) 자산 등을 타깃으로 한 군사적 공격은 물론, 사이버 공격과 경제 제재 같은 비(非)군사적 옵션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재무부 장관에게 이란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제재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무부에 지시한 점에 비춰볼 때 일단 군사적 대응보다는 경제적 압박 쪽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 석유시설 테러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가운데 이번 지시가 나왔다고 전했다.

18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관리를 인용한 NBC뉴스에 따르면, 미군 지도부는 지난 16일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행동 메뉴’를 제시했다. 여기엔 △세계 최대 규모인 이란의 아바다 원유 정제시설, 이란의 최대 석유 수출시설인 카르그섬 등에 대한 물리적 공습 △IRG 소유 자산 또는 미사일 발사 기지 타격 등의 시나리오가 포함됐다. 아울러 피해 당사국인 사우디가 보복 공격 주체로 나서고, 미국은 감시기능ㆍ표적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뉴욕타임스(NYT)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양한 군사 옵션을 제공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의 군사적 대응 준비를 암시하는 징후도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군 병력, 군사 자산의 페르시아만 추가 배치도 검토 중”이라고 NBC에 말했는데, 때마침 미군 수송사령부가 16일 준비예비대(RRFㆍ비상사태 시 군 관련 수송업무 투입을 위해 지정한 상선단) 중 28척을 ‘신속활성화’ 훈련에 투입한 것이다. 올해에만 네 번째 훈련이긴 하지만, 통상 3~5척만 훈련 대상에 차출됐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규모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그는 기본적으로 타국들 간 분쟁에 개입하는 걸 꺼린다. 현재 관심사도 중동 전장에서 미군을 하루라도 빨리 빼는 데 맞춰져 있다. 군사 개입 카드를 택했다가 의회의 저항에 직면할 공산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NSC 회의에서도 “더 많은 선택지를 찾아보라”고 주문했을 뿐, 특별한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 NBC는 “이란과의 광범위한 군사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보다 초점을 좁힌 대응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대이란 제재 확대, 은밀한 사이버 공격 등도 보복 조치로 재조명되는 이유다.

때문에 일단 미국은 사우디 공격 사실을 부인하는 이란을 옥죄는 데 주력하고 있다. NYT는 “피격 지점에서 온전한 상태로 확보한 미사일ㆍ드론 부품들의 포렌식 작업을 통해 이란에서 발사된 게 맞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과는 달리 17일 “이란 대통령을 (다음주) 유엔 총회에서 만나지 않겠다”고 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장전 완료(locked and loaded)’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란에 경고를 보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이날 사우디로 급파됐다.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이 (19일) 귀국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은 내주 유엔총회 현장에서 이란이 꼼짝 못할 ‘결정적인 증거’를 동맹국들에 보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 정부는 이날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손실된 석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회복했으며, 이달 말까지 정상 수준으로 복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한때 20%가량 폭등하기도 했던 국제유가는 이날 6% 정도 하락하며 진정세를 보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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