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5명, 공동생활 원룸에 지적장애여성 유인 무차별 폭행
익산서 134㎞ 거리 야산에 묻어… 성매매 강요 등 범행 수사
20대 지적장애 여성이 원룸에서 함께 모여 살던 남성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뒤 야산에 암매장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여성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여성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고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할 예정이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18일 원룸에 함께 거주하던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A(28)씨 등 남녀 5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 등은 지난달 18일 익산의 한 원룸에 함께 살던 B(20ㆍ여)씨를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현장에서 134㎞ 떨어진 경남 거창군 한 야산에 묻은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군산지역에서 알고 지낸 동네 선후배 사이로 페이스북 친구 맺기를 통해 B씨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가 고향인 B씨는 당시 가출 상태였으며, B씨 가족들이 경찰에 가출신고를 해둔 상황이었다. A씨 등은 대구에 있던 B씨를 지난 6월 원룸에 데려와 7명이 함께 공동생활을 했다.
이들은 지적장애가 있는 B씨가 평소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했고 이 과정에서 B씨가 사망하자 범행을 숨기기 위해 자신들이 소유한 차량에 실어 거창의 한 야산에 시신을 매장했다. 거창은 피의자 중 한 명의 친척이 사는 곳이어서 시신을 유기하는 장소로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사건은 B씨와 함께 원룸에 감금됐던 C(31)씨의 부모가 “딸이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한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가 살해ㆍ암매장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5일 익산에서 A씨 등 4명을 검거했다. 또 이틀 뒤인 17일 대전에서 나머지 남성 1명을 같은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자세한 범행 수법과 동기를 추궁하는 한편 일각에서 제기된 피해 여성의 성매매 강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씨 등은 B씨를 살해한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A씨 등 주범 2명을 구속하고 B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살해 동기나 방법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면서 “B씨 등 원룸에 공동 생활하던 지적장애 여성들이 성매매를 강요당했는지 확인하고 유관기관과 이들 여성의 인권 실태를 파악하는데도 주력 하겠다”고 말했다.
군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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