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관세에 관한 잠정 합의를 봤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약 4억달러 규모의 미국 생산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월 도요타가 2021년까지 5년간 130억달러(약 15조원)를 미국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계획의 일환이지만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갇힌 미국, 한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일본이 미일 양국 간 공조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미국과 일본 정상은 25일 유엔 총회가 진행되는 미국 뉴욕에서 만나 무역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요타는 17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픽업트럭 조립공장에 3억 9,100만달러(약 4,656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선진 제조 기술 도입과 현지 인력 개발ㆍ교육에 쓰인다. 도요타 계열 부품회사인 아이신(Aisin AW)사도 텍사스주 시볼로에 4억달러(약 4,750억원) 규모의 자동차 변속장치 제조 시설을 짓고 있어 900명의 신규 일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도요타측은 "올해 4% 증가한 미국 내 도요타 픽업트럭 수요의 낙관 전망에 따른 해당 공장의 생산 능력 확대 차원“이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미일 무역협정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도요타의 이번 결정이 생산 현지화 전략인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완성차와 부품에 대한 최대 25%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도록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품목에 대통령 직권으로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국산 옥수수 250만톤 수입 방침을 밝혀 퍼주기 논란을 야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군사 공조도 단단히 하는 분위기다. 이날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은 미국 육군과 일본 육상자위대가 동중국해에 면한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에서 처음으로 연합 지대함 공격 전투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육군과 육상자위대는 구마모토 오야노하라(大矢野原) 연습장에서 적 함정이 외딴섬을 공격해 올 때 육지에서 방어하는 상황을 가정해 연합 전투 훈련을 벌였다. 이번 훈련은 규슈 남단에서 대만 북동부에 이르는 도서 지역인 난세이(南西)제도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활동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과 자위대는 작년에 연합 대함 전투훈련을 미국에서 가졌는데 중국 해군이 활동하는 동중국해에 가까운 규슈에서 지대함 훈련을 벌여 중국 해군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처럼 미일 양국이 경제 동반자로서, 안보 동맹으로서 관계를 끈끈히 하고 있지만 정작 미일 무역 협상의 가장 큰 현안인 일본산 자동차 관세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지난달 아베 총리와의 만남에서 자동차를 제외한 일본산 산업 제품 관세를 낮추기로 합의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일본과의 무역협정 잠정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도 일본산 자동차 수입 관세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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