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중사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전상 군경이 명예”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가 국가보훈처의 ‘공상(公傷)’ 판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저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하 중사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북한 목함지뢰 도발사건. 저의 명예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보훈처분들 저희 유공자 가지고 정치하지 마시고 전상 군경으로 제 명예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다리 잃고 남은 거는 명예뿐인데 명예마저 빼앗아 가지 말아달라.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덧붙였다.
하 중사는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 중 북한군이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에 양쪽 다리를 잃었다.
보훈처는 현행 유공자법 시행령에는 지뢰 피해자를 전상자로 판단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육군이 내린 ‘전상(戰傷)’ 판정을 뒤집고 지난달 공상 판정을 내렸다. 전상은 전투에 준하는 상황에서 상이(傷痍ㆍ부상)를 입은 경우를, 공상은 공무수행, 군 훈련 등에서 입은 상이를 말한다. 하 중사는 청원글에서 “‘전상 군경과 공상 군경 별 차이 없다. 돈 5만원 차이 난다’고 하는데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저희(군인들)한테는 전상 군경이 명예”라고 강조했다.
하 중사는 천안함 폭침 사건 부상 장병들에게는 전상 판정이 내려진 점을 거론하며 “천안함 사건과 저희(목함지뢰) 사건은 둘 다 교전도 없었으며 북한의 도발이었는데 천안함 유공자분들은 전상을 받고 저희는 공상을 받았다”며 “제가 (보훈처에) 천안함 사건을 이야기하자 천안함은 많이 다치고 많이 돌아가셨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게시 하루 만인 18일 오후 1만 6,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보훈처의 공상 판결 이후 논란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도 판정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17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김대원 보훈처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하재헌 중사의 이의 신청에 대해 곧 재심의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재심의 과정에서는 기존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을 탄력적으로 검토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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