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은행의 기업 고객 비대면 서비스. 그래픽=송정근기자

은행들이 앞다퉈 기업 고객을 위한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법인의 특성상 까다로웠던 신원 확인 절차가 정보기술(IT) 발전 덕분에 온라인상에서 가능해졌고, 비대면 거래 보편화에 따라 거래 은행 결정에 있어 금리 조건뿐 아니라 거래 편의성을 중시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규제 강화의 활로를 기업금융에서 찾고 있는 현실도 서비스 개선의 동력이라는 분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기업 고객이 영업점에서 했던 업무를 비대면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기업용 인터넷ㆍ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전면 개편했다. 개인사업자가 서류 제출 없이 통장을 개설하고 인터넷뱅킹에 가입할 수 있는 ‘원스톱 신규 서비스’, 여러 사업장을 가진 개인사업자가 한 번에 전체 사업장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는 ‘기업통합 ID 서비스’가 대표적 신규 서비스다. 모바일에서 쉽고 빠르게 급여를 이체할 수 있는 ‘퀵(Quick) 급여 이체’, 기업 고객의 금융일정 관리를 돕는 ‘캘린더 뱅킹’, 담당 은행 직원과의 직통전화 연결 서비스도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은행권 최초로 법인 고객의 비대면 대출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영업점 방문 없이 신한 쏠(SOL) 앱과 기업 인터넷뱅킹을 통해 법인 대출을 연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법인 대표가 기업 인터넷뱅킹에서 대출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약정에 동의만 하면 대출 만기를 연장할 수 있고, 연대보증인 또는 담보제공자가 있는 경우에는 쏠(SOL) 앱에서 간단하게 온라인 약정서를 작성하면 된다.

하나은행도 지난달부터 기업고객이 19개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 계좌 잔액 및 거래내역을 한눈에 확인하고 여러 은행에 분산된 자금을 한 번에 특정 계좌로 모을 수 있는 ‘전(全) 은행 계좌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 계좌의 일별 잔액 현황 보고서 출력도 가능해 기업 자금담당 실무자들의 업무도 덜었다.

기업은행은 기업대출 상담에 필요한 서류를 은행과 관공서 방문 없이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으로 제출할 수 있는 ‘IBK 퀵(QUICK) 서류제출 서비스’를 3월부터 선보였다. 기업대출을 필요로 하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이 기업은행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앱(i-ONE뱅크)’에서 ‘IBK 퀵 서류제출 서비스’에 로그인한 후 제출할 증명서를 선택하고 기업 및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면 정부24(정부의 온라인 민원서비스), 국세청, 대법원이 발행하는 재무제표, 주민등록등본 등의 자료를 한 번에 발급받아 은행으로 전송할 수 있다. 주말과 휴일에도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류를 제출할 수 있어 사업 현장을 떠나기 어려운 중소기업 대표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은행들의 기업 고객 비대면 서비스 개선은 기업의 서비스 개선 요구와 기술 발전이 맞물린 결과다. 계좌 개설만 해도 개인은 온라인에서 신분증 역할을 하는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법인은 의사결정권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대표나 재무담당자가 신분증(위임장), 법인 인감증명서, 사업자등록증, 등기부등본 등 여러 관련 서류를 지참해 은행에 방문하는 게 일반적이라 개선 요구가 컸다고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러 은행을 거래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 방문이 번거로웠던 데다 은행 역시 법인 확인 절차를 전산상으로 구현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스크래핑(필요한 정보나 데이터 추출) 기술만 있으면 신분 확인이나 관련 필요 서류 취득이 가능해졌다”며 “보안성도 향상돼 은행을 방문하는 것 보다 비대면 거래가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개인 고객 확대에 어려움을 느낀 은행들이 기업 고객으로 눈을 돌리면서 경쟁적으로 이들에 대한 서비스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로만 경쟁하던 시대를 지나 기업 고객도 비대면 거래 편의성에서 차이가 나면 주거래 은행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며 “각 은행들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기업 고객의 비대면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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