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이맘때면 선수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목표를 마음속에 새긴다. 어떤 선수는 3할 타율도 성에 차지 않지만 어떤 선수에겐 2할5푼도 의미 있는 숫자다. 10승, 20홈런 등 특정 수치 달성이나 연속 기록에도 애착을 보인다.
박병호(33ㆍ키움)와 손아섭(31ㆍ롯데)의 ‘도전 종목’은 이름값에 걸맞게 단연 KBO리그 최고 기록들이다. 박병호는 18일 현재 98타점을 기록 중이다. 2타점만 더 보태면 시즌 100타점, 2012년부터 6시즌 연속(2016~2017 미국 진출) 100타점을 달성한다. 흔치 않은 2군행까지 경험하며 혹독한 전반기를 보낼 때만 해도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자타공인 리그 최고 슬러거 박병호가 본 궤도에 오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장기인 홈런 부문에서 후반기 경쟁자들을 하나 둘 따라잡더니 6시즌 연속 30홈런을 찍고 33개로 사실상 홈런왕을 예약했다. 공동 2위인 팀 동료 제리 샌즈와 SK 최정(이상 28개)과 4개 차다.
정작 일찌감치 홈런에는 미련을 버렸던 박병호는 팀 성적을 위해 타점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 그는 33호 홈런을 친 뒤에도 “100타점만은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키움의 남은 4경기에서 2타점을 더 보태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기회가 생기지 않으면 몇 경기고 인연이 닿지 않는 게 타점이기도 하다.
손아섭은 좀더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10년 연속 3할에 도전 중인데 현재 타율은 0.293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유 있게 3할을 넘겼던 리그 최고 좌타자 손아섭이지만 그 역시 올 시즌엔 팀 성적 추락과 함께 고전했다. 그나마 최근에 타율을 끌어올려 불씨를 살렸다. 지난 14~15일 대전 한화와 2연전에서 9타수 6안타를 몰아친 데 이어 18일 광주 KIA전에서 5타수 2안타를 쳐 0.285에 머물던 타율을 3경기 만에 8리나 올렸다. 10년 연속 3할은 지난해 박용택(LG)만이 KBO리그 최초로 달성했다. 내년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박용택은 올 시즌 부상 탓에 기록 연장이 어려워졌다. 올 시즌 박용택의 뒤를 잇고 내년 박용택을 넘어설 가장 근접한 도전자가 손아섭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