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의사, 8년째 문화 나눔
“밥을 먹으면 허기는 채울 수 있지만 2그릇, 5그릇 먹는다고 행복이 더 커지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영화 한편, 음악 한 소절, 연극 한편 등 문화는 그 사람의 행복을 크게 만들거나 아예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김진혁(42ㆍ사진) 대전 동안미소한의원장은 8년 째 ‘문화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나눔이나 봉사는 쌀이나 생활필수품, 의복 등 의식주와 관련한 게 대부분이고, 또 중요하지만 삶의 질을 더 높이기 위해선 문화 나눔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사비를 털어 지역 극장을 대관해 300여차례 무료 자선영화제를 열었다. 위안부 할머니 돕기를 비롯해 포항 지진 피해 돕기, 강원도 산불 피해 돕기, 저소득층 생리대 기부 등 자선영화제 목적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렇게 오랜 시간 문화 나눔을 하고 있는 김 원장 주변으로 성악, 연극 등 문화계 인사는 물론, 지역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김 원장은 이들과 보다 체계적으로 ‘문화 나눔’을 실천하자고 의기투합해 올 3월 ‘대전사랑 메세나(Mecenat)’를 결성했다.
대전메세나는 매주, 매월 정기적으로 영화와 공연, 전시, 음악제, 문예제, 체험단, 미술관 나들이, 독서회 등 다양한 문화 나눔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경비는 대전사랑메세나에 참여한 150여명의 소규모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인 등이 매월 10만원 안팎으로 내놓는 현금이나 물품으로 충당한다. 성악가 조병주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재능기부로 대전사랑메세나의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전사랑메세나의 문화나눔 대상은 기본적으로 회원제로 운영한다. 회원은 출범 6개월여 만에 6,300여명에 이르고 있다.
김 원장은 “고향이 광주인데, 낯선 대전에 와서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이를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던 차에 밥이나 금전 등 지원이나 봉사는 많은데 문화나눔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돈이나 지식, 밥은 당장의 어려움이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공허함ㆍ공포 같은 걸 없애주거나 행복을 크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며 “갈수록 삭막해지고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문화 향유는 진정한 행복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사랑메세나 문화나눔의 주 대상은 취약계층”이라며 “봉사자를 위한 문화봉사, 일반 대중 문화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도 우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선영화제 등 각종 문화나눔 행사 때 입장하는 곳에 돼지저금통을 놓는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푼돈이라도 저금통에 넣으면서 기부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는 “우리의 목적은 작은 기부문화가 아주 멀리 퍼지는 것”이라며 “한 사람의 10만원보다 열 사람의 만원이 더 소중한 법이다.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100원, 200원 기부하다 보면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됐을 때 자연스럽게 기부가 삶의 일부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대전사랑메세나 이외에도 다양한 기부ㆍ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미혼모나 폭력가정피해 여성과 자녀, 형편이 어려운 가정 등 취약계층에게 한약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대전시 의료관광과 한방 한류를 위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대전시마케팅공사 등과 제휴해 의료관광 파트너로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해외 의료강원을 하고, 관련 업무도 돕고 있다.
그는 이밖에 최근 남북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참여한 아시안 피스컵 남측 주치의로 참여해 선수 건강을 책임지는 등 한의사로서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대전=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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