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생산시설 피폭 사건과 관련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복구 과정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흔쾌히 응할 용의가 있다”고 지원 의사를 밝혔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열흘 안에 생산량의 100% 회복이 가능하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양 정상은 특히 드론(무인기)을 통한 피폭 재발 방지를 위한 대공방어체제 구축과 관련해 긴밀히 협의해 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왕세자와 통화에서 사우디 동부지역 석유시설 피폭 등과 관련해 “왕세자와 사우디 국민들께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오전 9시부터 25분 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공동 대처와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해 대공방어체제 구축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양 정상은 긴밀히 협의해 가기로 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국은 원유의 약 30%를 사우디로부터 공급받고 있다”며 “피격시설의 조속한 복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지원 의사를 전했다. 이에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번 테러로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50%가 줄었지만, 비축량을 긴급 방출하는 등 복구작업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며 “현재 2/3가량이 복구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는 앞서 석유생산의 핵심 인프라인 압카이크와 쿠라이스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처한 가운데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의심하면서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양 정상은 최근 중동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하며, 국제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이번 공격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에 “국제사회 안보를 위협한 현 상황을 규탄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국제사회 역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주요한 유전지역에 대한 유례없는 공격으로 중동지역을 비롯해 글로벌 석유공급시장이 위협받는 피해가 생겼다”며 “유엔 등 국제사회와 공동진상조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하나의 목소리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지난 6월 한ㆍ사우디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국방ㆍ방산 협력 관련 후속 조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도 “지난 6월 방한은 무척 유익하고 성과가 컸다”며 건설ㆍ인프라,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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