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사랑하고, 그냥 한국이 그리워요. 제 정체성이고, 제 뿌리잖아요.”
스티브 유(한국명 유승준)이 국내 대중들의 거센 비난 여론 속에도 한국행에 대한 의지를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다. 급기야 “한국이 내 뿌리”라며 감정에 호소하고 나선 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다수의 대중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상황에서, 이토록 유승준이 대한민국에 다시 발을 들이고자 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17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이하 ‘한밤’)에서는 유승준이 출연,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직접 해명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승준은 과거 국내에서 전성기를 누리며 활동을 하던 중 방송을 통해 수차례 “군대에 가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2002년 1월 돌연 미국으로 출국, 미국 시민권을 얻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며 병역을 면제 받으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병무청의 요청에 따라 유승준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고, 이후 유승준은 17년 째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지난 7월 대법원은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 원심을 깨고 비자발급 거부 처분이 행정절차를 위반했다며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일 파기 환송심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유승준으로서는 무려 17년 만에 다시 한국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승준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심지어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으로 게재된 청와대 국민 청원글은 무려 25만명 이상이 동의하며 그에 대한 범국민적 ‘괘씸죄’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 가운데 전날 ‘한밤’을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유승준은 자신의 병역 기피 논란에 대해 정면 해명했다. 해명이라기 보다는 ‘궤변’에 가까운 모양새였지만 말이다. 그는 “왜 (입대와 관련한) 마음이 변했냐”는 질문에 “처음에 군대를 가겠다고 직접 이야기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는 기자분이 오셔서 ‘이제 나이도 찼는데 군대 가야지’라고 하길래 ‘가게 되면 가야죠’라고 생각 없이 답했다. 당시 ‘해병대 가면 체격도 좋으니까 좋겠다’는 말을 해서 ‘전 아무거나 괜찮다’고 했더니 다음 날 신문 1면에 ‘유승준, 자원입대 하겠다’는 기사가 났더라”고 말했다.
이어 유승준은 “진짜 가려고 했다. 그 약속은 진심이었지만 이행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처음부터 뒤에서 시민권 딸 거 다 해놓고 말 바꾼 건 아니다. 당시 아버지와 목사님의 권유로 마음을 바꾼 거였다. 물론 결정은 제가 내린 거니 책임은 제게 있다”고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을 이어갔다.
유승준이 이렇게 해명까지 늘어놓으며 한국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이유는 뭘까. 이를 두고 오래 전부터 다양한 추측들이 이어져 온 상황이다. 그 가운데 가장 힘을 실었던 주장은 ‘세금 문제설’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5년부터 유승준이 거주 중인 미국 현지에서 세금 문제를 피하기 위해 다시 한국 땅을 밟고자 한다는 주장이 전해져 왔던 바 있다. 당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던 한 매체는 전문가를 통해 유승준이 지난 2014년 7월 시민권을 포기하고 귀화해서 군대를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대목에 주목했다. 해당 매체와 전문가는 2014년 7월 미국 세법이 바뀜에 따라 미국 시민권자가 국외 재산까지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고, 미신고시 재산의 50%가 몰수되는 상황에서 중국 활동으로 상당수의 재산을 축적했던 유승준이 중국 내 재산을 미신고하면서 막대한 추징금이 예상되자 재산을 지키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따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유승준 측은 이 같은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며 “중국과 미국에 납세를 충실히 다 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세금 문제 회피목적설’은 지난 8일 또 다시 화두에 올랐다. 한 유튜브 방송에서 모 채널 아나운서가 이 같은 이야기를 언급하면서다. 해당 아나운서는 “유승준이 한국에 들어와서 활동을 하면 외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유승준은 ‘한밤’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F4’ 비자를 고집하는 이유가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 아니냐”라는 질문에 “한국에 가서 다시 영리 활동을 할 계획이 없다. F4 비자를 추진한 이유는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변호사가 추천한 비자였기 때문이다. F4비자가 영리 활동을 폭넓게 할 수 있는 지위가 부여된다. 소송을 위해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서는 특별법인 재외동포법에 의한 비자를 신청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F4비자가 유일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밤’ 제작진과 만난 유승준의 법률대리인 역시 이 같은 유승준의 주장이 사실임을 강조했다.

“세금이 무서워서 미국 국적을 버린다면 한국으로 오지 않는다. 조세 피난처로 불리는 세율이 낮은 국가로 옮길 것”이라며 세금을 줄일 목적으로 한국을 찾으려 하는 것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것도 재차 강조한 유승준. 그가 주장한 ‘한국에 돌아오려는 이유’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이 그립다”며 “아내와 이제 우리가 마음을 닫고 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그게 쉽게 되겠냐. (한국이) 제 정체성이고 제 뿌리인데. 파기환송이 났는데도 너무나도 힘들더라”며 한국에 대한 애틋함을 표함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글쎄, 그토록 애틋한 나라였다면 애초에 왜 돌연 미국행을 택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돌아오지 마라’는 대중과, ‘그럼에도 돌아오겠다’는 유승준의 날선 공방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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