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유세장ㆍ미 대사관 인근서 탈레반 공격… 평화협정 안갯속
17일 아프가니스탄 파르완주 주도인 차리카르에서 현지 경찰들이 자살폭탄 테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대선 유세장 인근에서 벌어진 이 공격으로 최소 26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으며, 탈레반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차리카르=AP 연합뉴스

이달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아프가니스탄에서 17일(현지시간) 아슈라프 가니 현 아프간 대통령 측과 미국 대사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폭탄 테러 두 건이 잇따라 발생해 최소 48명이 숨졌다. 탈레반은 두 공격 모두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중단’ 선언, 14일 아프간 정부군ㆍ미군의 대(對)탈레반 공습(38명 사망) 등으로 사실상 좌초 국면을 맞은 아프간 평화협정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북부 파르완주(州) 차리카르의 가니 대통령 유세장으로 통하는 첫 번째 검문소에서 오토바이를 탄 테러범의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나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26명이 사망했다. 다만 가니 대통령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같은 날 수도 카불의 미국 대사관 주변에서 발생한 또 다른 폭탄 테러로도 현재까지 22명이 숨졌다고 당국은 밝혔다. 탈레반은 두 건 모두 자신들의 소행이라면서 “파르완주에선 가니 대통령의 경호원과 치안 병력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오는 28일 대선을 불과 열흘가량 남겨둔 가운데, 아프간ㆍ미국과 탈레반 간 무력 충돌이 더욱 격화하는 현 상황은 아프간 평화 정착에 더욱 더 암울한 전망을 드리우고 있다. 앞서 영국 BBC방송이 전날 공개한 ‘아프간 전쟁: 2019년 8월 사망자’ 추적 보도에서도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양측의 평화협상이 이달 초 ‘초안 합의’를 향해서 한창 속도를 내던 와중에도 하루 평균 74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BBC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아프간에서 벌어진 교전이나 공습, 포격 등에 따른 사망자는 최소 2,30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70% 이상은 아프간군(675명)과 탈레반(974명)이었으나, 민간인도 5분의 1이 넘는 473명으로 파악됐다. 부상자도 1,948명(민간인 786명)에 달했다.

이 같은 대규모의 인명 피해는 지난달 아프간 전역에서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발생했다. 34개 주 가운데 사망자가 없었던 곳은 3개 주뿐이었고, 80명 이상 숨진 날은 무려 14일이나 됐다. 특히 8월 18일 카불의 한 결혼식장에선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로 민간인 92명이 숨지는 참사도 빚어졌다. 신랑 미르와이스는 “내 희망과 기쁨이 단 1초 만에 모두 파괴됐다”고 울분을 표했다.

BBC는 “(2001년 이후) 18년간 이어진 전쟁을 끝내려는 협상이 혼란에 빠지면서 극심한 폭력이 아프간의 모든 곳을 휩쓸고 있다”며 “민간인들이 (생사가) 극도로 불확실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이어 “심지어 8월 사망자 수는 내전 중인 시리아나 예멘의 경우를 3배 이상 압도한다”라며 “언론 보도와 정부 관리, 목격자, 병원 기록 등을 통해 확인한 최솟값만을 집계한 만큼 실제 희생자들은 더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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