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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작품에 존 밀턴이 주석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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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작품에 존 밀턴이 주석 남겼다?

입력
2019.09.1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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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으로 유명한 영국 시인 존 밀턴. 가디언 캡처
‘실낙원’으로 유명한 영국 시인 존 밀턴. 가디언 캡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첫 희곡 전집 ‘퍼스트 폴리오(the First Folio)’. 현재 233부만이 남아 있는 이 전집 한 부의 원래 주인이자, 통찰력 있는 주석 수백 개를 남긴 인물이 영국 시인 존 밀턴이었을 수 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현대 가장 중요한 문헌적 발견 중 하나일 수도 있다”며 들뜬 학계 분위기도 전했다.

이 같은 가능성은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인 제이슨 스콧 워런이 지난 9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주장하면서 처음 제기됐다. 그는 퍼스트 폴리오 인쇄본에 대한 다른 학자의 논문을 읽고 이처럼 주장했는데, 논문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클레어 본 영문학 교수의 연구 결과다. 본 교수는 필라델피아 도서관에 소장돼 있던 이 인쇄본의 주석이 17세기 중반에 남겨진 것으로 추정하며 주석의 ‘특이한 글씨체’, ‘오자와 잘못된 운율에 대한 집착’ 등 풍부한 분석을 제공했다. 그는 주석의 육필 원고 사진도 제시했는데, 스콧 워런이 이를 보고 책의 주인이 ‘실낙원’으로 유명한 영국 시인 존 밀턴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퍼스트 폴리오는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나고 7년 후인 1623년에 출간됐다. ‘맥베스’, ‘템페스트’ 등 퍼스트 폴리오를 통해 처음 등장한 18개 작품을 포함, 총 36개의 희곡이 담겨 있다. 당시 인쇄된 750부 중 현재 233부만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2016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그간 미공개 상태였던 한 권이 187만 파운드(당시 약 32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스콧 워런은 블로그에서 주석자의 필체와 밀턴의 필체를 상세히 비교한 사진을 공개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또 희곡에 프롤로그를 제안하거나, 다른 작업들과 상호 참조를 하는 등 이 책의 주석이 밀턴이 다른 저작에서 했던 작업들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증거가 쌓이면서 전율을 느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이후 다른 밀턴 연구자들도 이 주장에 동조했다.

밀턴의 시는 셰익스피어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콧 워런은 “이 책의 여백에 가득한 주석들을 밀턴의 것이라 생각하며 읽으면 매우 흥미롭다”며 “주석이 밀턴의 작업과 어떻게 공명하는지 보고, 셰익스피어를 밀턴의 시각에서 읽을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디언에 “디지털 기술과 도서관 개방이 우리의 지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며 밀턴이 주석을 남긴 책을 더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전했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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